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물볕마을

구활 지음 / 수필과비평사 펴냄

경북 하양은 물 하(河)에 볕 양(陽)을 곁들인 지명이다. 그래서 하양의 순수 우리말은 '물볕마을'이라고 불린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하양을 물볕마을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양이 고향이지만, 이곳을 떠나 대구에 정착해 수 십 년을 살았던 저자는 "고향을 버려놓고 고향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죄가 매우 크다. 죗값을 조금 지우려고 이 책을 낸다"고 말한다.

다섯장으로 나눠진 책 속에는 그의 고향인 하양, 아니 물볕마을에 관한 이야기가 따뜻하게 소개된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던 유년시절과 고향 동네에서 켜켜이 쌓인 추억, 최근의 취향, 주변인들의 얘기, 항상 그를 사랑으로 품어준 어머니에 대한 정(情)까지 다양한 삶의 단편들이 유려한 글로 펼쳐진다.

무엇보다 마지막장의 '내가 나에게 쓴 고백록'이 백미다. "별일 없제?"로 서두를 시작하고 '가난에서 태어나 남루 속에서 성장했다'고 대뜸 고백하기도 한다. '최고 일류는 되지 못해도 문단 말석에 앉아 후방을 희미하게 비추는 미등이나 달리는 방향을 예고하는 깜빡이등 정도의 역할은 충실히 해야할 것이다'라고 겸손한 말을 하는가 하면, 수필과 상금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는다.

글의 말미에는 '너는 어느 한 시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려선 안된다. 사랑하는 마음은 여행자의 여권보다 소중하고 초례를 앞둔 신랑의 남성보다 고귀하다. 그래, 이 세상에는 사랑하는 마음 그것보다 더 아름답고 더 멋진 것은 아무데도 없다. 내 말 알아 듣겠제. 약속하제'라고 하는데, 마치 독자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처럼 다가온다.

한편 저자 '구활'은 1984년 11월, 현대문학에 '아버지를 만나는 강'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매일신문 문화부장, 북부지역본부장, 논설위원 등을 두루 거치고 은퇴했으며 대구시문화상(문학), 신곡문학상 대상, 현대수필문학상, 원종린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문학상), PEN문학상, 대구문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그리운 날의 추억제', '아름다운 사람들', '시간이 머문 풍경', '하안거 다음날' 등 다수의 책을 펴낸 바 있다. 217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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