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100>사로잡는 얼굴들

이사 레슈코 지음 / 가망서사 펴냄

첫 표지는 나이 든 돼지의 사진이 나온다. 항상 어리고 건강한 모습의 동물 사진만 보았었는데 나이 든 돼지의 모습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로잡는 얼굴들'은 나이들 자유를 얻을 동물들의 사진이 담겨있다는 의미이며, 이 제목은 동물들이 나이들 자유를 박탈당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농장 동물은 타고난 수명을 누리는 건 아주 일부이다. 대부분 어린 월령에 도축 당하기 때문이다. 닭은 태어난 지 47일 전후, 돼지는 생후 6개월 만에 도축 당한다.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공장식으로 길러진 닭은 야생의 동물보다 몸무게가 3배나 더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관절염, 심장병, 고혈압을 달고 산다.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하는 축산 시스템이 동물들의 짧은 생애마저도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한다.

이 책 속의 사진의 주인들은 도축장으로 이송되는 도중에 탈출하거나 아니면 동물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나 동물보호단체에 의해서 구조된 동물들이다. 이렇게 생존한 동물들은 자기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조성한 보호시설 '생추어리'라는 곳에서 노년을 맞이한다.

경상북도교육청상주도서관 장소영 사서
경상북도교육청상주도서관 장소영 사서

이 책의 작가 '이사 레슈코'는 이 '생추어리'에 가서 동물들의 사진을 찍은 것이다. 작가가 생추어리의 동물들의 삶의 방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 과정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생추어리'에 대한 소개 그리고 동물들의 초상, 작가가 인상적으로 만났던 몇몇 동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동물의 이름과 그의 삶을 알고 그의 초상을 들여다볼 때 우리 내면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이 동물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오르기 위한 죽음이 아닌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자연스럽게 생을 살다가 사망할 수 있는 권리는 없는 걸까? 살아남아 나이 들 권리는 무엇인가? 존엄한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

농장 동물도 우리 인간이 원하는 것들을 원한다. 평안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참하게 살다가 너무 어린 나이에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많은 동물이 사육되어 소비되다가 쓸모없어지면 폐기 처분된다는 것을 알고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내가 매일 먹는 음식이 이런 식으로 나에게 전달된다는 것에 무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의 안녕과 행복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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