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101>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

조현민 경상북도교육청정보센터 사서

몇 해 전 일이었다. 사서연구회보에 담을 인터뷰의 한 질문에서 이런 답을 한 적이 있다. "공공도서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곳이니 원칙만큼이나 대상자 개개인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그 당시에는 남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이해와 공감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책은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던 그 때 그 대답을 다시 마주하게 할 계기를 만들어 줬다.

'당신이 옳다'는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사회의 여러 단면에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많은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한 심리 치유 경험을 집약한 책이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효율성만이 중시되는 현 세태에 "우리는 왜 아픈가"라는 자문으로 화두를 던진다. 그 해답으로 저자는 심리 치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적정심리학'을 제시하며 치유의 바탕이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아가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공감'이라는 개념의 재정의를 통해 올바른 공감 방법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경계 짓기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을 저해하는 요소를 소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또한 제시한다.

누구나 개개인으로서의 자기 존재만의 특별함을 가지지만 성별, 지위, 사회적 역할 등에 따라 개인이 속한 집단 내 기대 역할을 부여받는다. 자의든 타의든 집단 내 기대역할이 커지면 각 개인으로서의 특별함은 휘발되기 마련이다.

"자기 존재에 주목받은 이후부터가 진짜 내 삶"(45 p.)

사람들은 개별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여러 방식으로 자신을 표출하기도 하는데 이는 때때로 사회 통념상 그릇된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감은 이를 말미암아 야기될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 할 수 있는 초석이 되며 먼저 타인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행위를 통해 발현된다.

"공감은 내 등골을 빼가며 누군가를 부축하는 일이 아니다."(121 p.)

조현민 경상북도교육청정보센터 사서

흔히 공감은 친절하게 상대방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정을 이입하는 행위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수용은 나를 지치게 한다. 남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에 먼저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올바른 공감의 방법은 나의 감정을 속이거나 억압하는 것을 경계하며 그 때 느낀 서로의 감정이 모두 옳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297 p.)

누군가는 때때로 상대를 위한다는 말로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말들은 그 자체로는 옳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말의 시비는 중요치 않다. 때로는 바른 말 자체가 듣는 이에게는 욕설보다 날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공감을 위해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은 잠시 미뤄두는 배려가 필요하다.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책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공감의 새로운 일면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상황을 마주하였을 때 나 자신도 보살피면서 상대의 특별함이 휘발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인정해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누군가에게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다만 관계의 형성이 필연인 우리 중 관계의 갈등에 힘겨워하는 누군가가 이를 타개할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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