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운동권 특혜 법률 제정과 공천, 민주당 정체성인가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운동의 선명성을 독점하며 폭주하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어 총선 공천 신청자 적격 심사에서 고문치사 사건 연루자를 적격자로 분류해 논란을 가중했다.

특히 민주유공자법은 '운동권 특혜 상속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는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 등이 포함됐다. 불법감금된 전경을 구하러 들어간 경찰에 화염병을 던져 7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다. 유시민 전 의원의 항소이유서로 유명해진 1984년 서울대 학생회 간부 사건도 있다. 일각에서는 항소이유서를 명문이라고 주목하지만, 내막은 프락치 활동 자백을 강요한 사건이다. 폭력성 짙은 행위를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인정하자는 노릇인지, 다짜고짜 법부터 만든 건 무슨 자신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운동권 특혜 논란은 총선 공천 심사에서도 나왔다.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의 정의찬 신청자를 내년 총선 공천 적격자로 분류했다 하루 만에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1997년 남총련 의장(당시 조선대 총학생회장) 시절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으로 5년 동안 감옥에 갇힌 전력이 있다. 민간인을 7시간 동안 집단 폭행하고 고문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였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15일 예외 없는 부적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 경력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해 부적격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전력자는 또 있다. 1997년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석 치사 사건'에는 강위원 광주 서구갑 신청자가 연관 있다. 그는 한총련 의장(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정의찬, 강위원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민주당 대표 특보다.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인사에 대한 특별 대우는 정체성에 가까워 보인다. 민주당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전과를 훈장처럼 여긴다는 말이 정설처럼 들릴 지경이다. 무릇 공당이라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법안 제정과 정책 요구에 나서야 한다.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주력한다면 공감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수로 일방적인 법률안 제·개정을 일삼는 폐습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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