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저학력男·고학력女 "결혼 안 해"…미혼, 노동력 감소에 영향 미쳐

◆미혼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노동인구 감소에 큰 악영향
◆남성은 기혼이 미혼보다, 여성은 미혼이 기혼보다 경제 활동에 적극
◆결혼을 장려하고, 미혼 인구를 위한 다양한 노동 정책을 펼쳐야

[그래픽] 미혼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활동참가율 전망
[그래픽] 미혼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활동참가율 전망

20대 남녀 미혼 비율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 인구 3명 중 1명도 미혼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저학력, 여성은 고학력자가 미혼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혼인율을 높이는 노력과 미혼 인구 특성에 맞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이슈노트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 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서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과장과 한지우 조사역이 분석한 결과다.

◆미혼 인구 점점 늘어나

초혼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여성의 경우 26.5세에서 31.3세로 늦어졌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도 2013년 5%에서 2023년 14%로 높아졌다.

미혼인구 비중은 전연령대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인구전체로 보면 지난 20년간 미혼인구 비중이 3.2%포인트(p) 상승했다. 핵심연령층(30~54세)의 미혼인구 비중은 2000년 7.4%에서 2020년 24.6%로 17.2%p나 증가하면서 미혼율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었다.

특히 저학력 남성과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이 높게 나타났다. 고학력 남성 미혼율 27.4%, 저학력 남성 30.9%로 나타났고, 고학력 여성 미혼율 28.1%, 저학력 여성 15.9%(30~54세, 2023년 1~11월 평균: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로 조사됐다.

◆미혼 남성, 기혼에 비해 열심히 일하지 않아

미혼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미혼 비중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핵심연령층에서 미혼 비중이 16%에서 28%로 약 두 배가량 커졌다.

미혼인구의 성별에 따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남성의 경우 미혼인구가 늘어날수록 노동시장에서 남성이 줄어들었다. 기혼 남성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023년 평균)은 미혼에 비해 각각 13%p, 16%p 높고, 실업률은 약 4%p낮았다. 남성 미혼이 증가하면 남성의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 전체 노동공급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기혼남성이 미혼에 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OECD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첫째, 가정에서 남편 또는 아버지로서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역할 탓이다. 둘째, 고용주들이 기혼남성을 선호한다. 가족부양 의무를 이행하고, 직업적 성취를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규범이 기혼남성에게 더 강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셋째, 일에서 성공하면 결혼 시장에서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성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023년 평균)이 미혼에 비해 각각 19%p, 16%p 낮았다. 여성은 미혼이 기혼에 비해 일에 더 적극적이었다. 여성 미혼이 증가하면 경제활동참가율과 평균 근로시간이 늘어나 전체 노동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혼 여성이 일에 더 적극적이면 결과적으로 저출산으로 이어져 미래의 노동공급 여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미혼인구 증가로 여성의 노동공급 증가보다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가 커 고용과 근로시간 측면에서 총노동공급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미혼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노동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미혼 비중 증가 추이를 반영해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 장기추세를 분석한 결과 노동력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시점이 더 앞당겨졌다.

미혼인구 비중 증가세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2035년(80.1%)을 정점으로 서서히 내려갔다. 하지만 30년 후 남성과 여성의 미혼 비중이 각각 60%, 50%까지 높아지는 시나리오에서는 그 정점이 2031년(79.7%)으로 4년 앞당겨졌다. 이후 감속 속도도 가팔라졌다.

전체 주민등록상 세대에서 1인 세대의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세대 중 미혼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푸드코트에서 시민이 밥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 주민등록상 세대에서 1인 세대의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인 세대 중 미혼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푸드코트에서 시민이 밥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미혼 완화 및 미혼 인구를 위한 노동 정책 펼쳐야

미혼인구 증가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혼인율을 높이는 정책과 미혼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는 정책이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혼 완화 정책= 미혼 증가는 결혼과 출산에 따른 행복보다 비용이 더 높다는 판단 탓이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회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청년층의 장기 취업난, 고용 불안정, 높은 주거비용, 높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보고서는 직업 훈련 및 일자리 매칭 사업 운영, 일자리 안정성 제고, 주택 구입 및 임대 비용 지원 등을 제안했다. 특히 여성을 위해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유자녀 기혼 여성의 노동공급 경직성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혼 적응정책= 미혼이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도록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미혼 근로자들은 유연한 일자리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중시한다. 따라서 원격근무 및 유연근로제 등 근무 방식의 다양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적극적 활용, 다양성을 포용하는 조직 문화,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 중시 등 MZ세대를 중심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근무 방식 트렌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만혼·비혼 등 결혼 행태 변화로 인해 미혼인구 증가는 거시적 노동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 모두 감소시킨다"며 "혼인율을 높이는 것이 미래의 노동공급뿐만 아니라 현시 시점의 안정적인 노동공급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