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영원히 추억하고 싶은 모교(母校)

대구성광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 서경덕
대구성광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 서경덕

"인생은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페이지 수가 아니라 내용이다." 이 격언을 읽을 때마다 '내 인생은 어떠했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내 인생의 중요한 내용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이 만들어 준 시간들은 늘 내게 삶의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특히 동창회나 동기 모임을 할 때마다 친구나 선후배들은 '추억'이라는 선물을 한 보따리 들고 와, 이야기꽃을 피운다. 언제 끝날지 모를 그 이야기들로 한참 웃고 떠들다 보면 그 시절의 추억은 더 간절해진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동네 친구들과 초·중·고교를 쭉 같이 다니는 경우도 있었지만 산간이나 도서 벽지 등지에서 전학 오거나 진학을 한 친구들도 많았다. 대구가 급성장한 1960~80년대에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들은 알 것이다. 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콩나물시루'를 연상시켜 '콩나물 교실'이라 불렸고, 학교 시설이 부족해 한 학교에 주간반과 야간반이 있는 곳도 있었다.

대구에서 이런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라면 다소 의아해질 수 있는 뉴스를 최근에 접했다. 대구 달서구의 모 중학교가 오는 3월에 폐교한다는 기사다. 1995년에 개교한 학교가 무슨 사연으로 폐교하는가 궁금증이 커져 살펴보니, 이 학교는 일명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중학교였다. 또, 인근에 3개의 초등학교와 4년제 종합대학교가 있으며 주변에 지하철역이 2개나 있는 지역이어서 가히 충격이었다. 말로만 듣던 '도심 폐교'였다.

졸업생 61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 중학교를 모교로 둔 사람들은 많은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을지도 모르겠다. '폐교'가 이제는 산간벽지나 농어촌 마을이 아닌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빈번하게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지방 대도시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도심 폐교'가 발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 여파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학령인구 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도심 폐교'가 예외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이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긴다.

우리나라는 1960, 70년대에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태어난 해도 있었지만 2020년대 들어오면서 출생자 수가 20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 2020년대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엔 학령인구는 20만 명대가 된다는 뜻이다. 저출산 시대가 주는 숙제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저출산이 학령인구의 감소를 낳았고 학령인구 절벽은 도심 폐교를 낳을 것이고 결국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모교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저 아쉬움만 가득할 따름이다.

우리는 자신이 다니거나 졸업한 학교를 모교(母校)라고 부른다. 그만큼 우리는 학교에서 성장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모교를 생각하고 추억하는 것이다. 잊지 못할 추억의 향수를 주는 대한민국의 모교들이 영원하기 바라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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