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의 태영' 경고음…건설·부동산 업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악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 급격히 악화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외부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외부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사태로 위기감이 고조된 건설·부동산 업계가 최악의 대출 부실, 금융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자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나쁜 상태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을 합친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대출 잔액은 608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부동산 대출 잔액은 2년 전인 2021년 3분기 497조6천억원과 비교하면 22.3% 올랐다. 1년 전인 2022년 3분기 580조8천억원과 비교해도 4.85% 상승했다. 특히 2년 사이 비은행권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155조원에서 193조6천원으로 24.9% 급증했다. 비은행권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조합,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이 포함된다.

대출 규모뿐만 아니라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급격히 나빠졌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저축은행 기준 건설업 7.34%, 부동산업 5.97%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4~3.3배 오른 수준이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고 건설업은 2013년 1분기(35.36%)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은행권조차 부동산업 연체율은 0.15%로 2010년 3분기(2.26%)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건설업과 관련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2%로 2011년 1분기 10.23%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사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도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 사례"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건설·부동산 관련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부실자산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부실 규모는 확대되고 비용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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