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벽 갈라지고 물 새고… 동대구역 인근 아파트 공사에 상가 피해 호소

시공사 측 보상 협의 요구에 석달 가까이 묵묵부답
"담당자 바빠 연락 못해, 내달까지 보상 마무리"
전문가 "계측기 설치 늘리고 무진동 공법 도입 확대해야"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과 인접한 상가가 공사로 인한 건축물 균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상가 뒤로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모습. 김유진 수습기자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과 인접한 상가가 공사로 인한 건축물 균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상가 뒤로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모습. 김유진 수습기자

대구 동구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인근 상가 입주자들이 공사로 인한 건축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상가 측은 시공사가 피해보상을 구두로 약속했지만, 보상 요청 등 실질적인 협의 요구에는 3개월 가까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동구 효목동 소재 794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2021년 12월 분양, 올해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인근 상가 주민들은 공사 초기부터 발파 진동으로 인한 내외벽 균열, 분진, 소음 등의 피해를 겪었다는 입장이다.

공사현장과 맞닿은 곳에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상가 주인 A씨는 "공사 초기에 사유지까지 침범해서 펜스를 쳤다. 건물과 가깝다보니 펜스 철제빔을 박는 과정에서 굴착진동이 심하게 일어나 건물 내외부 균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펜스 기둥과 상가의 이격 공간은 약 40㎝에 불과했다.

A씨는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기 4개월 전쯤 2천여만원을 들여 방수공사를 진행했는데,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며 "건물 바닥과 벽, 옥상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기고 천정 누수, 하수관로가 파열을 겪었다"고 말했다.

바로 옆 상가는 분진·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부동산은 보통 손님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이중문을 해놓고 바깥문을 열어놓는데 공사 먼지 때문에 한동안 계속 문을 닿아 놓고 있었다"며 "발파 진동으로 건물 전체가 흔들려 지진인줄 알고 대피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사 측에서 수년간 공사를 진행하면서 단 한 차례도 소음 및 진동과 관련해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보상과 관련된 협의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A씨에 따르면 건설사 측에서 준공시점에 맞춰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지만, 구체적인 보상 내용을 전달하자 3개월가량 답변을 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시공사 측은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 최근에야 A씨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과 인접한 상가가 공사로 인한 건축물 균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상가 옥상부 균열과 함께 방수 페인트가 벗겨진 모습. 김유진 수습기자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과 인접한 상가가 공사로 인한 건축물 균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상가 옥상부 균열과 함께 방수 페인트가 벗겨진 모습. 김유진 수습기자

이 회사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빠서 연락을 못한 것 같다. 2월 중 보상 협의를 시작하고 3월안으로 마무리 짓겠다"며 "건물 피해가 노후로 인한 것인지 공사로 인한 것인지는 기여 여부를 따져 세부적인 보상금액이 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가 균열 등의 피해가 공사로 인한 피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상가 측은 동구청에 공사 피해 현장조사 및 보상중재를 촉구하는 민원을 넣은 상태다.

동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보상은 시공사 자체 보험사를 통해서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책정되는 것이라 구청에서 직접 개입은 어렵다"면서도 "시공사와 피해 주민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보상 협의를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의 발파 진동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 사례는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무진동 공법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준호 계명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사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비슷한 갈등이 되풀이 되는 터라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건축심의과정에서 지자체가 건설사에게 공사 피해 여부를 알 수 있는 계측 센서를 많이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김병수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무진동 공법 등 소음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공법이 있는데 비용이 비싸서 시공사에서 꺼리는 편"이라면서도 "주민 피해 및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도심지 등 피해가 예상되는 공사 현장에서는 무진동 공법을 의무적으로 채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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