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병원 인턴 80∼90% 임용 포기…의료공백 확산일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료 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전국의 의과대학을 졸업해 수련을 앞둔 신규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일부 교수들도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집단 행동이 의사집단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수련을 위해 수련병원으로 와야 할 인턴들의 '임용 포기' 선언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올해 채용한 인턴 184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집체교육과 수련계약서를 작성할 예정이었던 서울대병원에서는 합격자의 80~90% 상당이 수련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등의 수련에 관여하는 한 교수는 "지금 상당히 높은 비율이 임용을 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계약서에 서명을 안 한 건 맞다"면서도 "이들이 결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금방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에서도 지난 23일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 중 86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고, 조선대병원은 신입 인턴 32명 전원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기준으로 제주대병원은 입사 예정인 인턴 22명 중 19명, 경상대병원은 입사 예정 37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에 이어 새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인턴마저 수련을 포기하면서 현장의 의료공백은 커지고 있다. 의대를 졸업해 수련 과정에 들어가는 '예비 전공의'들이 현장 의료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여서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만약 인턴들이 무더기로 임용을 포기해 이들마저 없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남은 사람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또 다른 전임의는 "지금 의료현장이 유지되는 건 전공의 3명이 하는 걸 저희 1명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는 29일이 지나면 '진짜'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임의, 임상강사분들이 지금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업무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힘드시더라도 지금 환자를 위해서 좀 자리를 지켜주십사 제가 여기서 다시 한 번 부탁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전국 수련병원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교수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일각에선 후배 의사인 전공의들이 처벌받을 경우 함께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필수 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속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비상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사들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들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 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망을 가지고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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