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흡곤란 입술 파래진 1살 아기, 의사 없어 65㎞ 달렸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 집단행동의 파급력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의료현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전체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 공백이 발생했고, 실제 주요 병원의 수술건수가 급감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기도 했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해 의료공백이 심각해진 가운데, 한 살배기 아기를 병원에 이송하는 데 3시간가량 소요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병원 이탈 등 영향이 환자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26일 경남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31분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주택에서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이 아이는 1세 남아로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이미 호흡곤란과 입술 청색증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을 때 나타나는 청색증은 응급상황에 준해 빠르게 소아청소년과 혹은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남아를 태운 소방당국은 일분일초가 급했지만, 2시간 56분이나 달려 65㎞ 거리의 진주경상대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남아의 집에서 차로 11~19분 거리(4.8~15㎞)에 있는 삼성창원병원과 창원경상대병원 등이 '의료진 파업',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진주 경상대병원이 아이를 받아주면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소방은 설명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이송 과정에서 청색증도 옅어지는 등 상태가 호전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료공백으로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이른바 '구급차 뺑뺑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의식장애를 겪다 쓰러진 8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 10여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여성을 태운 소방당국은 여러 병원에 연락을 취했으나,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았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환자 피해로까지 이어지자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환자분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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