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기술'이 문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돈은 감정이 없다. 돈 되면 친구고, 돈 안 되면 바로 남이다. 한·중 수교 32년, 한국은 중국이 친구인지 남인지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 전쟁 중인 미국마저도 탈중국,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반도체 빼고는 다시 협력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돌아섰다.

디리스킹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소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과 경제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자는 뜻이다. 2023년 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했고,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이 언급하고, 이어서 G7 정상회담에서 언급되면서 2023년 7월 이후 전 세계 대중 전략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위기가 오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들고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든다고 한다. 2023년에 한국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냈다. 그래서 첫 충격이 큰 탓도 있지만 서방의 중국 위기론, 중국 비관론이 한국에 더 과도하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30년 흑자를 내다 한 해 적자가 나면 적자를 흑자로 전환할 전략이나 적자를 축소할 대책이나 전략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텐데 한국은 지난 1년간 중국 위기론만 반복했지 대중국 전략이나 반격의 방안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자리도 별로 없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중국에서 퇴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과 경제 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 기업 기준으로 봐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자동차, 커피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GM, 테슬라, 스마트폰의 애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슈퍼마켓 월마트,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는 중국에서 공장 빼고 철수한다는 얘기가 없다.

경제 위기에 빠졌다는 중국이 2023년에 자동차 3천만 대를 샀다. 잘나간다는 미국은 1천550만 대를 샀다. 전 세계 대표 명차 벤츠의 2023년 판매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37%, 미국은 14%에 그쳤다. 중국 소비가 최악이라는데도 2023년에 전 세계 명품의 37%를 중국이 샀다. 달라진 점은 코로나 전에는 해외에서의 명품 구매가 60%였지만 2023년에는 중국 내에서 명품 구매가 58%로 높아졌다. 한국 면세점이 죽을 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국 시장이 아니라 한국 기술력이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2월 발표한 주요 첨단산업에서 미국 대비 기술력을 평가한 것을 보면 중국은 이미 2022년에 한국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수소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역사를 보면 무시하다 당했다. 중국이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무시하다 당했다. 지금 미국 역시 중국을 무시하다 뒤통수 맞아 정신 차리고 중국 견제에 나섰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시와 비관론이 과하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 정확한데 한국은 퇴출한 한국 기업의 시각과 중국의 오만과 무례에 대한 분노의 눈으로만 중국을 보기 때문에 중국의 실체를 과소평가한다. 한국은 중국이 이번 경제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추락할 것인지, 회복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과 경제 전쟁 중인 미국의 전략적 언급에 맞장구만 치다가는 실수하는 수가 생긴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공장은 보조금을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고 시장 가까운 곳에 짓는 것이 답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부터 나서서 중국에서 철수하고 첨단기술을 다 빼라는데 세계 1위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공장을 더 증설하고, 애플은 중국에서 공장을 뺄 생각이 없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반도체 장비의 세계 최대 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은 '중국 위기론'만 고장 난 시계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고 세계 최대 시장을 다시 공략할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중국 위기론'이 아니라 '한국 위기론'이 더 빨리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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