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포시 공무원 극단 선택에 "지자체 공무원 악성민원에서 보호 필요"

사무실 전화번호 등 홈페이지 검색 시 노출
실명은 일부 가려도 되지 않나 지적도
"악성민원 피해는 많은데 소속 기관 조치는 부족" 지적에
행안부 TF구성해 위법행위 법적 대응 등 개선안 마련 나서

8일 오전 경기 김포시청 앞에서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공무원 A(39)씨를 애도하는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경기 김포시청 앞에서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공무원 A(39)씨를 애도하는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극심한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시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공직사회가 들끓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보호 사각지대에 있었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씨(39)는 지난달 29일 김포시 한 도로 보수공사 중 발생한 교통정체로 강한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라며 A씨의 실명과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글이 지역주민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악성민원이 이어졌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무원들은 A씨의 사연이 남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회복 4법' 국회 통과 등 교육공무원 등에 대한 보호는 강화된 반면 상대적으로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충은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특히 이번 사례처럼 전화번호 '좌표찍기' 방식으로 업무방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나아가 공개된 실명을 바탕으로 이른바 '신상을 터는'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대구시내 한 구청 공무원 B씨는 "업무 담당 공무원의 전화번호나 이름이 홈페이지 상에 공개되는 건 효율적인 민원처리에 도움을 주지만 굳이 실명까지 100% 나와야 하냐는 생각도 든다"며 "예를 들어 성씨만 쓰거나 가운데 글자를 안 보여주는 기관도 있는데 그 정도 보호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구청 공무원 C씨는 "특정 민원인이 내선 번호로 연락해 장시간 욕설을 쏟아내거나 온라인 민원게시판에 실명을 거론하며 비속어가 담긴 글을 반복해서 올리기도 한다"며 "연차가 낮은 직원들은 휴직하거나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사표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보호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지난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악성민원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천61명 중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악성 민원에 따른 후유증으로 ▷퇴근 후에도 당시의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업무 집중력 감소 등 무기력함 ▷새로운 민원인을 상대하는데 두려움 등이 있다고 했다.

현재 근무처의 악성 민원 대응 방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응답자의 88.3%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또 악성 민원 대응과 관련해 76.3%는 소속 기관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TF는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현황 및 민원응대 방식, 민원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현황 등을 분석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 발굴,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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