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미래 먹거리 생명공학 시급한 대한민국

황무일 전 가톨릭상지대 교수

이 시대는 디지털(Digital) 대전환시대, 그린(Green) 대전환 시대, 문명의 대전환 시대다. 발상의 대전환 시대이다. 발상의 대전환이라는 말은 더 이상 기존의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쓰이는 뜻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두고 다 바꾸라는 말이 있다.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시대에 맞게 바꾸라는 뜻이다.

한국은 지금 의료 대란이다. 정부는 의과대학생 2천 명을 증원하겠다고 했다. 의사회는 여러 가지 명분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2명,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미국이나 선진국의 의사 수익은 통상 노동자 평균임금의 2, 3배인 반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월 수익은 평균 6.8배나 더 많은 구조다.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입시는 어떤가. 입시생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은 의과대학이다. 9번 재수를 해서라도 의대를 가려 한다. 서울대 교양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수학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서울대 의대가 아닌 다른 과에 입학해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지금 서울대에서 매년 550명 정도 자퇴하는데 이 학생의 70~80%가 공대와 자연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서울대에 들어갔다고 하면 얼마나 훌륭한 엔지니어가 될까 하며 큰 기대를 한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의사가 되는 데 실패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수학 공부를 더 해 또다시 의대로 간다는 것이다. 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인가?

지금 우리가 먹고사는 것은 제4차 산업(ICT)이다. 4차 산업을 넘어 6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는 나라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정말 중요한 고비에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중국이 대부분 추격했다. 우리의 미래는 생명공학이다. 전 세계 ICT 산업의 경제 규모는 약 4조달러인데 그중 우리나라가 약 8%를 차지한다. 그러나 ICT는 포화 상태다. 다음 세대는 생명과학이다. 즉 의료, 제약, 식품이다.

전 세계 의료 시장 경제 규모는 4조달러, 제약 시장이 4조달러, 식품 시장이 10조달러다. 합하면 생명공학 경제 규모 18조달러인데 우리는 겨우 0.8~1%에 불과하다. 세계 ICT 산업 4조달러 중 8%를 벌어 지금까지 먹고살았다면 앞으로 생명공학 시장 18조달러에서도 8%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겨우 1% 정도이므로 앞으로 생명공학 시대를 향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생명공학을 발전시킬 인재는 결국 의학 전문가다. 이들은 수익이 높은 임상 분야로만 가고 미래를 위해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의학자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의학 전문가를 2천 명 증원하려는 국가 정책은 불가피한 일이다. 의사들은 최고의 지성인이다. 특히 다른 직업군과는 달리 특별히 인간애 (humanism)가 있어야 한다. 의사가 없는 오지에도 충원하고 생명공학 분야에서 연구하도록 배치해야 한다.

과거 정부들도 이 문제를 풀려고 했으나 의사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이번에 의학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하면 생명과학 시대를 대처할 수 없다. 내년부터 의대생을 2천 명 증원해도 이들이 연구 활동을 하려면 적어도 10~15년은 기다려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 의대생 증원은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만큼 의료계에서 발상의 대전환이 있기를 두 손 모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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