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교생 1명' 5학년 하준이…"학교와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수성구에서 일부러 군위 의흥초 석산분교장으로 전학 온 하준이
하준이 맞춤형 수업 진행… 하준이도, 학부모도 대만족
최근 학구 조정으로 지역 사회엔 폐교 우려 감돌아

지난 20일 대구 군위군에 있는 의흥초 석산분교장의 유일한 학생 김하준(가명·11) 군이 방과 후 수업으로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0일 대구 군위군에 있는 의흥초 석산분교장의 유일한 학생 김하준(가명·11) 군이 방과 후 수업으로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다. 윤정훈 기자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전교생이 한 명뿐이지만, 교육을 멈추지 않는 초등학교가 대구 군위군에 있다.

지난 20일 오전 8시 20분쯤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석산리 한 마을. 5학년 김하준(가명·11) 군이 집 대문 앞에서 담임선생님을 기다렸다. 선생님의 차가 문 앞에 도착하고, 하준 군은 익숙한 듯 뒷자리에 탑승했다. 차는 5분 후 학교에 도착했다.

이곳 의흥초 석산분교장에는 담임과 전담 등 선생님이 단 2명이다. 학생은 하준 군이 유일하다. 지난해 전교생이 3명이었는데, 1명은 졸업하고, 다른 2명은 새 학기 전에 전학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에서 온 하준 군만 남아 홀로 수업을 듣고 있다.

체육시간에 담임 선생님과 유연성 기르기 운동을 하고 있는 하준 군. 윤정훈 기자
체육시간에 담임 선생님과 유연성 기르기 운동을 하고 있는 하준 군. 윤정훈 기자

3교시 체육 시간. 2층 교실에 매트 2개가 나란히 놓였다. 이날은 유연성 기르기 수업이었다. 담임선생님은 하준 군의 어깨, 몸통, 옆구리, 하체 유연성을 꼼꼼히 측정했다. 유연성 테스트를 어려워하는 하준 군을 위해 담임선생님이 직접 '폴 롤러'로 어깨를 풀어줬다. 그야말로 '맞춤형' 수업이었다.

기다렸던 점심시간. 오전 11시 56분쯤 '군위교육지원청'이라고 적힌 하얀 트럭이 학교 급식실 앞에 도착했다. 의흥초 본교 조리원이 하준 군과 선생님들 몫 급식을 배달했다. 본교에선 석산분교장을 포함한 모두 3곳 학교에 급식을 전달한다. 하준 군은 밥을 먹은 뒤 선생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운동장을 걸었다.

오후 4시쯤 하교할 땐 전담선생님이 차로 하준 군을 집까지 데려다줬다. 선생님은 하준 군 할머니에게 안내장을 전달하고, 작성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하준 군은 현관 앞에서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점심시간 후 선생님들과 운동장 산책 중인 하준 군. 윤정훈 기자
점심시간 후 선생님들과 운동장 산책 중인 하준 군. 윤정훈 기자

하준 군 부모는 "수성구 학교는 과밀이어서 방과 후 수업 신청 등 모든 게 경쟁의 연속이었고, 하준이도 선행학습에 많이 힘들어했다"며 "그래서 아이와 상의한 끝에 외가가 있는 이곳에서 공부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연말 대구시교육청에서 학교를 옮길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여기에 남겠다고 했다. 1대1 수업을 듣는 것도 괜찮고, 무엇보다 아이가 이전보다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돼 좋다"고 했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생 수가 적은 '작은 초등학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폐합만이 아니라 작은학교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하준 군이 다니는 석산분교장의 경우 지난해 7월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되면서, '작은학교 지원 조례'가 있는 경상북도의 정책 지원에서 멀어지게 됐다.

지역 사회도 학교 존치를 바라고 있다. 김은섭 삼국유사면 면장은 "삼국유사면의 유일한 학교인 석산분교장마저 사라진다면 젊은 층 유입 요인이 더욱 부족해져 지역 소멸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바람과 달리 학교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구군위교육지원청은 석산분교장에서 의흥초 본교로 주소 이전 없이 전입할 수 있도록 '일방향 공동통학구역'을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석산분교장에서 의흥초 본교로의 전학을 유도한 셈이다.

삼국유사면 내 이장 등이 통학구역 조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위교육지원청은 "통학구역 조정은 다양한 또래 활동과 교육과정을 본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분교장 학생들이 강제로 본교에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휴·폐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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