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말 따로, 행동 따로 쌍둥이처럼 닮은 조국혁신당 후보들

"가정주부나 노인 등 (다단계) 피해자들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 이분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회복하며,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길이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의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가 작년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할 무렵 했던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재산이 1년 사이 41억원가량 늘었고, 그중 22억원은 이 변호사가 10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다단계 사기 혐의를 받는 업체의 변호 수임료라고 한다. 검사 시절 불법 다단계 사건을 많이 수사해 온 이 변호사가 '안타까운 다단계 피해자들을 보살피겠다'더니 다단계 범죄 피고인들 편에 서서 돈을 쓸어 담은 것이다.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이 변호사는 반성은커녕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청빈불고가사(청빈하여 집안을 돌보지 못함)해야 한다면 저도 입을 닫겠다"며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 누가 집안을 돌보지 말라고 했나? 돈을 벌지 말라고 했나? 겉 다르고 속 다른 일을 해놓고 반성은커녕 엉뚱한 소리를 한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편에 서 놓고 스스로 '개혁 추구 인사' 운운하니 기가 막힌다.

그렇게 돈을 쓸어 담아 '전관예우' 논란이 일어나자 아내인 박은정 후보는 "(남편이) 전관예우를 받았다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윤석열 체제로부터 (전관예우) 혜택을 받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권이 전관예우를 해 주나? 변호사의 판사·검사 시절 경력을 보고 재판에 유리할 것 같아 범죄 혐의를 받는 기업이나 개인이 알아서 바치는 것이 전관예우다. 윤석열 정부와 전관예우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온갖 정의로운 척을 해 온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 2심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조국은 마치 자신이 검찰의 탄압을 받는 투사처럼 행세한다. 조국에게 실형을 내린 것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다. 법원이 그의 범죄를 심판했음에도 조국은 검찰 탄압의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며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다. 조국 대표 1, 2심 유죄,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대법원 유죄, 딸 조민 씨 1심 벌금 1천만원 등 가족들이 입시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은 '입시 기회 균등'과 '검찰 개혁'을 내세운다. 우롱도 이런 우롱이 없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후보 6번인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수시로 미군 철수를 외치고, 한미 동맹을 비판했다. 그래 놓고 자기 아들은 15세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인이 됐다. 병역 의무 논란이 일어나자 김 후보는 "바로 (아들의) 국적 회복 신청을 위한 행정 절차를 의뢰했다. 장남은 대학 졸업 직후 입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총선은 4월 10일인데,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입대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황운하 후보 역시 자기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다.

조국혁신당 후보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에서, 온갖 정의로운 척을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검찰을 탓한다는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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