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4일 국정최고책임자와 의료현장에서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공의 대표가 만나 타협점을 모색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 각계각층에선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면서 질병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협상 분위기는 이어가야 한다는 당부가 이어진다. 한계에 다다른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재난 수준'의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공의 측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2시간 20분 동안 면담했다. 이날 만남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대란 45일 만이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과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제안하고 이날 박 위원장이 만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뤄졌다
정부는 어렵게 만들어진 협상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지만 회동에 참석한 박 비대위원장이 이날 회동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회동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올렸다. 의료계 관계자는 박 비대위원장의 반응에 대해 "협의가 아니라 강의를 듣고 온 것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대전협 내부 공지를 통해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며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고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 단체가 대화를 시작한 의미도 적지 않기 때문에 진통이 있더라도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화가 거듭돼야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은 물론 극적인 타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료현장이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현장에 남아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진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태인 데다 언제 어디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긴박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상의 협상과정에서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해 지연전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의료 상황은 그러한 협상카드를 감당할 수 없다"며 "양측의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환자들의 안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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