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젊을수록 정치에 무관심하다? 청년 유권자들 진짜 속내 들어봤다

투표는 합니다만…친구들과 정치 얘기 '금지'

11시 40분경 경북대 복지관은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주말&팀이 만든 판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11시 40분경 경북대 복지관은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주말&팀이 만든 판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제1차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이번 22대 총선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18~29세는 5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주말&팀은 지난 3일 경북대학교를 찾아 청년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표는 무슨, 바빠 죽겠는데 시간 뺏지 마쇼!" 소박맞을 각오로 임한 길거리 조사. 하지만 결과는 꽤나 뜻밖이었다.

◆총선? 투표 해야죠!

11시 40분경 경북대 복지관은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주말&팀이 만든 판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불특정 다수 35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그중 '투표를 하겠다' 27명, '투표를 하지 않겠다' 8명의 결과가 나왔다. 낮은 투표율의 주범(?)으로 지목당해온 청년층에게서 나온 의외의 답변.

조OO(24, 여) 씨는 투표를 넘어 공약까지 제대로 검토해 보겠노라 다짐했다. "원래는 정당을 보고 뽑았는데 이번에는 공약을 보고 하려고 한다. 또래 친구들과 공약 이야기도 나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일자리 정책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불특정 다수 35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그중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불특정 다수 35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그중 '투표를 하겠다' 27명, '투표를 하지 않겠다' 8명의 결과가 나왔다. 낮은 투표율의 주범(?)으로 지목당해온 청년층에게서 나온 의외의 답변.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불특정 다수 35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그중
투표 유무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조사에 응했다. 불특정 다수 35명에게 답변을 받았는데 그중 '투표를 하겠다' 27명, '투표를 하지 않겠다' 8명의 결과가 나왔다. 낮은 투표율의 주범(?)으로 지목당해온 청년층에게서 나온 의외의 답변.

첫 선거를 앞둔 청년 유권자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인만큼 집안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표심을 내놨다. 김OO(20, 여) 씨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있기 보다는 부모님이 평소 이야기하시는 정치 이야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OO(20, 남) 씨도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치인의 SNS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최근 쇼츠,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정치판에서도 숏폼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성OO(21, 여) 씨는 "어떤 후보가 고등학생의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영상을 보고 확실히 친근하게 느껴지긴 했다. 표를 행사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SNS 홍보가 득보다는 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OO(20, 여) 씨는 "릴스로 올라오는 후보들의 영상은 반짝 관심을 끌 순 있으나 선거철에만 올라오는 것들이기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고 김OO(24, 여) 씨도 "2030을 겨냥한 홍보가 인지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투표로 이어 질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투표 하긴 할건데…

그렇지! 우리 청년층을 뭘로 보고~ '투표 하겠다'에 몰린 스티커에 주말&팀은 잠시 방심했다.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자는 많았지만 자신들의 지역구나 후보자를 잘 알지 못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서OO(25,남) 씨는 "정치는 어려운 것 같다. 내 지역구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친구들끼리도 관심 가진다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총선 투표지가 몇장이냐는 질문에 갸우뚱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대다수가 "한 장 아니냐"는 답변이었다. 총선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2장 받는다. 각각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투표용지다.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를 함께 치르는 곳에선 투표용지를 한 장 더 받게 된다. 유OO(25, 여) 씨는 "투표를 하긴 하지만 이런 자세한 거는 찾아볼 생각도 못 했다. 조금 부끄럽다. 신분증만 챙기면 되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고 장OO(20, 남) 씨는 "공약도 안 보고 그냥 투표하는 데에만 의의를 뒀던 편이라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라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도시철도 3호선 황금역에 설치된 투표 독려 문구. 매일신문DB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도시철도 3호선 황금역에 설치된 투표 독려 문구. 매일신문DB

홍보 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OO(22, 여) 씨는 "살기 바빠서 관심을 안 갖는 것도 있지만 홍보 부족이라는 생각도 든다. 공보물이 오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 우편 확인을 누가 해보나. 대선같은 큰 선거는 티비에서 하도 많이 떠들어대니 대충 공약을 알고 투표를 하지만, 총선은 선거 공약이나 후보자들을 찾아볼 수 있는 열린 창구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OO(21, 여) 씨도 "실제로 정치는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지 않나 싶다. 고등교육 차원에서부터 이뤄져야 젊은 세대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원하는 정책을 묻는 답변에도 '청년 정책' 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대다수였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바라지만, 현재 나와 있는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강OO(28, 여) 씨는 "취업률이나 더 나아가 여자들 같은 경우 출산율 등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정책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좀 더 와닿는 정책을 내놓으면 자연스레 관심이 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제1차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이번 22대 총선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18~29세는 5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청년이 투표 하지 않는 이유?

"공개적으로 물으니 투표를 하겠다고 답변하지만, 실제로는 투표 안 하는 청년들이 더 많을걸요?" '투표 한다'는 쪽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지나가던 학생이 한마디 했다. 서OO(25,남) 씨는 "어떻게 보면 내 답변이 청년층의 솔직한 답변일 수도 있다. 이제 곧 시험 기간이기도 하고 투표할 시간에 공부할 것 같다"며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모르고 투표하는 것 보다 그냥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상대에 대한 비방과 혐오가 더욱 강해진 정치가 불편하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김OO(20, 남) 씨는 "정치인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게 있다면 토론 때 쓸데없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유OO(21, 여) 씨는 "선거철에만 말고 평소에도 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표만 받기 위해 한철만 노력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실제 현장을 모르고 탁상행정식 정책만 공략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OO(25, 여) 씨는 "서민음식 먹으러 시장에 오거나 그런 정치인들의 모습보단,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아는 현실적인 삶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정책이 나왔을 때에는 분명 청년층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정치가 자신의 삶과 크게 연결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그렇기에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있어서도 불필요하다 생각한다고. 안OO(21, 남) 씨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정치적 색깔만 드러내는 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의 문제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정책을 두고 판단을 해야하는데 아예 그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버렸다. 그러니 청년에게 정치는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라 느껴진다"라고 답했다.

청년 정치 참여도를 활성화 시킬 방안으로 챗GPT를 언급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김OO(30, 여) 씨는 "공약을 한눈에 정리해주는 매체가 잘 없는 것 같다. 요즘 쳇 GPT만 해도 뭘 물으면 일목요연하게 답변을 해주지 않는가. 바쁜 현대인 시기에 정치도 이런 식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취재를 끝내고 나오는 길. 주말&팀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물론 우리가 들어본 청년들의 이야기가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투표하세요!" 라고 속 시원히 말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바다.

이 기사가 나갈 때 쯤이면 선거는 이미 치러졌을 것. '역대급 최저 투표율'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 각종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변해야 하는 것은 청년일까, 정치일까. 선거가 끝나고도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