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파렴치·함량 미달 후보 심판, 유권자의 의무이자 권리

낡은 정치를 심판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선택의 날이 밝았다. 향후 4년간의 입법부 지형을 결정하는 22대 총선 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국회의원 300명(지역구 254·비례대표 46)은 정책과 제도의 바탕인 법안을 만들고, 국가 예산안을 의결한다. 또 행정부를 견제하고 때론 행정부와 협력하면서 국정 운영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22대 국회의 질적인 완성도는 오로지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선거 결과에 따라 3년 남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이 강력한 추진력을 얻거나, 아니면 제동이 걸려 대통령의 조기 '레임 덕'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여대야소'(與大野小)의 결과가 나올 경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고, 정부의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재처럼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면 정부 국정 기조의 대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저성장 기조에 고금리·고물가·고유가 등 복합 경제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경제 여건도 암울하다. 총선 결과는 경제와 대북 문제, 한미일 관계, 각종 규제 완화 등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정책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선거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주의 실현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그 기능이 실종됐다. 정책·공약을 둘러싼 선의의 경쟁이 없었다. 경제 위기, 지방 소멸, 기후 위기에 대비한 의제 설정(議題設定)은 전무했다.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1인당 25만원 지급' '28조원 저출산 대책'과 국민의힘의 '경로당 공짜 점심'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돈 뿌리기·세금 깎아주기 등 선심 공약만 남발됐다.

더 큰 문제는 범죄자는 물론 함량 미달과 파렴치한 후보들이 금배지를 노린다는 점이다. 이들의 범법 행위·부동산 투기·막말·부적절한 처신은 국민에게 허탈감과 모욕감을 안겼다. 이들 후보는 비판 여론에도 버티기로 일관했고, 소속 정당은 이들을 감쌌다. 특히 민주당은 3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딸 명의로 11억원을 편법 대출 받은 양문석 후보와 '박정희는 위안부와 섹스했을 것' '이대 총장이 이대생을 성 상납' '퇴계 이황 성관계 지존' 등 과거 발언으로 지탄받는 김준혁 후보의 공천을 유지했다. 국민들이 아무리 비판해도 '원내 1당' 목표에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란 게 민주당의 판단이었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는 선거 전날 자신의 배임·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들어가면서 "국민을 배신한 정치 세력의 과반 의석을 막아 달라"고 했다. 부끄럼을 모르는 처신이다. 함량이 떨어지고 막말을 일삼는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이것이 투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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