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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황금사자를 탄 이방인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비엔날레(Biennale)란,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2년에 한 번'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1995년에 처음 열린 광주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에서 현대미술 전반을 비롯해 사진, 건축, 미디어아트 등에 초점을 맞추는 다양한 모습으로 개최되고 있다. 특히 1895년 시작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세계 각국의 비엔날레 중 가장 역사가 길고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최신 미술 경향을 소개하는 장이자 미술 올림픽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주요 전시 공간은 크게 '자르디니'라고 불리는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과 아르세날레(Arsenale)로 두 곳으로 나누어진다. 자르디니에는 중앙 전시관과 29개 국가의 개별 국가관이 모여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안에 한국관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또 다른 전시 공간인 아르세날레는 옛 조선소와 무기 제작소 등을 개조 및 복원해 전시장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 기간에는 베네치아 곳곳에서 다양한 크고 작은 전시들이 열려서 미술작품을 보러 다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게 된다.

2024년 4월 20일,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개최됐다. '이방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라는 주제가 발표됐을 때부터 기대를 모았던 만큼, 프리뷰 기간부터 많은 이들이 베네치아를 찾았고, 언론에서는 앞다퉈 소식을 전했다. 주제처럼 본 전시에서는 서구 주류 서사에서 억눌리고 배제됐던 이방인들이 그들의 존재감을 보였다. 선주민, 중동인, 집단 디아스포라, 여성, 퀴어 등 최근 몇 년 미술계 경향이자 관심 주제들인 '이방인'들이 비엔날레를 가득 채웠다. 평소 하얀색으로 위엄 있는 모습을 자랑하던 중앙 전시장 입구가 브라질 선주민 출신 작가들의 형형색색의 작품으로 탈바꿈한 것만 해도 이번 비엔날레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개막식과 함께 발표된 황금사자상도 미술 올림픽의 역사상 처음으로 남반구 선주민 출신들이 차지했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호주관이 차지하면서 대표 예술가인 아치 무어가,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를 대상으로 수상하는 작가 황금사자상은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로 구성된 '마타호 컬렉티브'가 받았다.

한국 예술가가 수상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길고 긴 역사 속에서 드디어 비주류이자 소수였던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는 것은 사회 속 하나의 목소리로서 미술의 역할을 생각해 봤을 때 매우 의미가 있다. 이에 발맞춰 소박하지만 제대로 된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아시아 예술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미술에도 관심을 가져봤으면 한다. 올해 한국에서는 부산 비엔날레와 광주 비엔날레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또한 주류들의 잔치가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미술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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