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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위험 부적합 건축자재 멀쩡히 유통… "가처분 신청 받아들인 법원 잘못"

시험기관 검사 결과 무더기 '부적합', 품질인정 취소
법원은 가처분 행정소송서 업계 손 들어줘
대구경북녹색연합, 성명 내고 법원 비판

지난 2월 1일 오전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불로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매일신문DB
지난 2월 1일 오전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불로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매일신문DB

정부로부터 준불연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축자재를 놓고 벌어진 가처분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을 놓고 시민단체가 법원을 규탄하고 나섰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12일 성명을 내고 '건축자재 품질인정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든 법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1일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로 2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후 약 100일 만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표준모델 품질인정제도'는 대형화재를 계기로 건축자재의 성능 및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한 제도다. 인증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문제를 극복하고자 조합이나 협회가 만든 표준모델을 인정해주는 한시적 제도지만, 회사별로 다른 재료와 공정으로 불량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모니터링에서 총 10개 중 9개가 부적합으로 판정됐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3월 11일 자로 이들 건축물 마감 재료에 대한 '표준모델 인정'을 취소했다.

다만 이 조합은 자격 취소 결정에 대한 가처분 행정소송을 제기, 지난 3월 22일 행정소송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처분 결정에 대한 정지 판결을 받았다. 업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녹색연합은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불량 건축자재가 계속 생산 및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화재위험에 국민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업체의 손해가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되어 지켜져야 할 권리라고 판단한 법원이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도 '표준모델 품질인정'이 취소된 조합의 모든 회원사 제품을 전수조사해 부적합 확인 시 강력히 처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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