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업 살리면 국가가 산다"…전국 최초 '재해농 지원조례', '50세 넘겨도 가업승계 지원'

전국 최초 '재해피해농가 지원 조례' 시행…농약비·생계비 등 보험금과 중복 지원
가업승계 농·어업인 지원 상한 연령도 삭제…노령화에 따른 현장 연령 반영

경상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는 현장에 필요한 조례안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봉화군 폭우 피해 농가에서 농수산위원들이 봉사를 하는 모습. 경북도의회 제공
경상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는 현장에 필요한 조례안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봉화군 폭우 피해 농가에서 농수산위원들이 봉사를 하는 모습. 경북도의회 제공

# 농민 A씨가 경북 청송에서 운영하는 사과원은 2015년 6월 우박에 어린 사과와 잎, 가지 등이 상하는 자연재해를 입었다. A씨는 앞서 가입한 농작물재해보험 덕에 보험료를 받아 피해를 일부 보전했고, 수확량이 줄었으나 농자재값 대여료 등은 치를 수 있었다.

문제는 이후 봄마다 우박, 냉해가 잇따르면서 빚어졌다. 재해보험은 앞서 한 차례 보상받은 농가에 대해 자기과실률을 따지며 보상액을 줄이는 식이다. 자연재해가 멈추지 않는 한 A씨는 언젠가 아주 적은 보상만 받는 상황에 놓인다.

A씨는 "보험을 넣어도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재해는 계속 되풀이돼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55세에 명예퇴직한 뒤 고향 안동에서 잎채소 농사를 지으려던 B씨는 농민인 부모의 일을 이어받아 농사부터 판로 개척과 신제품 개발까지 하려 다양한 구상을 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지자체 도움을 받고자 가업승계농어업인 지원사업을 알아봤으나 적잖은 나이에 가로막혔다. 관련 제도는 3년 이상 농사를 지은 50세 미만에게만 도움을 주고 있어서다.

B씨는 "귀농귀촌하려면 자식 독립이 끝나는 50~60대는 돼야 한다. 지원사업은 이런 현실이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농민)은 세상의 중대한 근본이라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국민과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 지지기반이다. 이에 경북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손잡고 지역 농업 부흥에 열 올리고 있다.

최근 유난히 잦았던 재해로부터 지역 농민을 최대한 구제하고, 인구소멸에 직면한 농어촌에서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30일 경북도와 경북도의회에 따르면 양 기관은 지난 4월 '경북 재해피해농가 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했다. 재해 농가에 대한 지원을 규정한 전국 최초 사례다.

박창욱 의원(봉화)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는 재해를 입은 농가가 보험금과 함께 농약비와 생계비도 중복 지원받도록 한 것이다.

대파대(농작물을 다시 심는 것)는 보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범위에서 지원해 주며, 재해 농산물 매입 및 시장격리와 긴급경영자금, 재해피해 예방사업 등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런 제도는 지역 농가에 집중되던 손해와 근심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경북은 지난 10년(2013~2022년) 동안 자연재해로 전국 최다 피해를 본 지역이다.

지난해에도 냉해와 우박, 호우, 태풍에 따른 피해로 도내 경작지 3만1천787㏊가 피해를 입었으며, 정부와 경북도는 피해복구 지원 예산으로 도비 168억원을 비롯한 총 1천233억원을 집행했다. 이상 기후가 잦아지는 가운데 농민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는 현장에 필요한 조례안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봉화군 폭우 피해 농가에서 농수산위원들이 봉사를 하는 모습. 경북도의회 제공
경상북도의회 농수산위원회는 현장에 필요한 조례안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봉화군 폭우 피해 농가에서 농수산위원들이 봉사를 하는 모습. 경북도의회 제공

농촌 고령화에 발맞춰 농업인의 가업승계 연령 상한을 없애는 시도도 눈에 띈다.

최근 노성환 의원(고령)은 기존 '경북 가업승계 농업인 육성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를 전부개정하고 제명도 바꾼 '경북 가업승계농어업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했다.

이 조례는 기존 농업인과 어업인으로 나누던 유사 조례를 통합한 것이다.

특히 기존 조례에서 '50세 미만 3년 이상 농업 종사자'로 제한했던 가업승계농어업인 대상자 기준을 모두 삭제한 게 특징이다. 청년 연령 기준이 상향되고 정년이 연장된 점을 고려하고, 가업을 이어받고자 귀농·귀어하려는 중장년 자식 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

노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농업경영주 평균연령은 68세로, 그 중 65세 이상이 47%를 차지했다.

귀농인 평균연령도 55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있는 고향에서 익숙한 농어업에 종사하려는 귀농귀어 중장년층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럼에도 기존 제도로는 연령제한 탓에 자식 세대를 다시 도시로 내몰 수밖에 없었다.

남영숙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장은 "농어업 관련 문의나 문제점, 개선안 등이 있다면 언제든 도의원들에게 연락을 부탁드린다. 동료 의원 및 경북도와 꼼꼼히 논의해 최선의 방법을 찾고 지역 농어업을 재부흥하고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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