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삶의 변화는 식탁에서부터 시작한다

식사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식사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우리나라 식문화의 특이점은 일명 '혼밥', 혼자 먹는 밥이라고 합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바쁜 일상을 보내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어른들은 밥벌이 때문에 기본적인 식사도 대충 혼자서 때우기 십상입니다.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은 모두가 바라는 행복의 일면일 것입니다. 하루 한 끼 식사도 가족이 함께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식탁의 교제는 어떻게 나와 가정을 바꾸고, 삶을 바꾸게 될까요?

◆ 하루 20분 가족식사가 가진 힘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의 표지

가족식사를 자주 하고, 식탁에서 활발한 의견이 오가는 가정의 아이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아이보다 훨씬 많은 어휘에 노출된다는 놀라운 실험 결과를 소개하는 책이 있습니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과 가족식사 시간 20분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책을 부모가 읽어주더라도 책 읽기가 부모의 일방적 어휘에 노출되는 것이라면 가족식사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아이의 집중력을 끌어냅니다. 식사에서 이어지는 어른들과의 대화는 '확장 담론'으로 이어지고 어휘력과 학습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 생애 최초 3년을 뇌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두뇌 회로가 재도약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합니다. 곧 '생후 3년'을 만회할 기회인 셈입니다. 따로 아이들과 시간을 내기 어려운 바쁜 부모일수록 밥상머리를 고수해야 합니다. 식사 중 자연스레 이뤄지는 대화는 시선을 분산시키기에 사춘기 아이의 부담감을 낮추고 안정감을 줍니다. 현실상 하루 한 끼가 어렵다면, 특정 요일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식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나누고, 배고픔뿐만 아니라 행복이라는 심리적 포만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다치 미유키 교수는 모든 신뢰의 기본 토대가 되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흔들리는 이유를 식사시간의 부재에서 찾습니다. 실제로 혼자 밥을 먹는 아이는 여러 가지 신체적, 심리적 증상을 동반합니다.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연결되고 가족 문제로 커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한 끼 식사가 갖는 영향력이 너무나 커서,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식사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합니다.

◆ 내가 먹는 것이 세상을 바꾼다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의 표지

흔히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만들고, 내가 먹는 것이 나 자신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는 먹는다는 행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위한 윤리적인 식생활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집에서 만들어주는 담백한 음식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더 좋아하고, 먹방을 즐겨보는 자녀가 걱정이라면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먹는 방송'을 줄여서 먹방이라고 합니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거나, 평소 접하기 힘든 음식을 먹거나, 때로는 혐오스러운 음식을 먹는 방송까지 '먹방전성시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음식을 쩝쩝거리며 먹는 소리만 따로 모아 듣기도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생각과 경험이 변하게 됩니다. 이렇게 변화된 식습관은 먹거리 산업과 지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먹거리가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되는 일련의 과정을 '먹거리 체계'라고 하는데, 현대의 글로벌한 먹거리 체계는 각 단계에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식품이 생산되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 거리가 멀어지면서 각종 보존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식품 운반에 선박이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니 탄소 배출량 또한 높아집니다. 동물의 본성을 해치는 공장식 축산이 가지는 문제점과 인간의 죄책감을 상쇄하기 위한 '탈자연화'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로 꼽습니다.

우리가 식탁에서 먹은 음식이 우리의 세포를 구성하고, 우리가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가 우리의 삶을 채워갑니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가정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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