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준표 "尹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 통치 행위…내란죄? 직권남용죄는 될 지 모르겠으나"

"내란죄 프레임은 탄핵 성사시켜 '사법 리스크' 이재명 조기 대선 추진하기 위한 '음모적 책략'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내란죄로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홍준표 시장은 11일 오후 10시 30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비상계엄 선포를 보고 나는 뜬금 없는 한밤의 해프닝이었다고 말을 한 일이 있다. 수습 잘하라고 했다"고 지난 3일 밤 계엄 선포 및 4일 새벽 국회 해제 의결 등 하룻밤 사이 일련의 사건이 지난 뒤인 4일 오전 8시 2분쯤 페이스북으로 "충정은 이해하나 해프닝이었다. 잘 수습하시라"고 첫 반응을 남긴 걸 가리켰다.

이어 "민주당은 이를 내란죄로 포장해 국민과 언론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은 "정치적인 문제를 법리적으로 따지는 게 맞느냐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이 말을 자제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홍준표 시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4~11일 이렇게 8일 간 총 25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두 용병'이라는 수식으로 비판하는 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같은 탄핵 사태가 재발되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 한동훈 대표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한 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야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글, '계엄은 해프닝' 취지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계엄 옹호'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한 해명 글, 탄핵 불가(반대) 및 2차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대해 제명·출당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 글 등이 이어졌다.

즉, 법리적인 내용을 담은 글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어 그는 "몇 가지 의문점을 짚어보겠다"고 글을 지속했다.

▶홍준표 시장은 우선 "내란죄는 원래 정권 찬탈이 목적인데 이미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찬탈할 정권이 있는지"라고 물었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국가권력 배제'를 '정권 찬탈'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계엄 선포의 목적은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도 적힌 '국헌 문란(헌법 기본 질서 침해)'으로 여론에 공유되고 있는 모습이다.

즉,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와 '국헌을 문란하게 할', 이렇게 2가지 중 전자만 얘기한 뉘앙스인 것. 실제로 검찰의 구속영장을 비롯해 국회와 전문가, 언론 등에서는 후자에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 국가법령정보센터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87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이어 홍준표 시장은 "비상계엄 선포권은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이고 고도의 통치 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안 되는데, 그걸 두고 내란으로 볼 수 있는지"라고 물었다.

이는 같은 당 윤상현 국회의원이 수시간 전이었던 이날(11일) 낮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고도의 정치행위이자 통치행위"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궤에 있는 셈.

홍준표 시장은 또 "비상계엄 사유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그게 바로 내란죄로 연결될수 있는지"라며 "야당의 20여회에 걸친 탄핵소추로 국정이 마비되고 심지어 자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도 탄핵하는 건 입법 폭력으로 국헌문란이 아닌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밖에도 "검경(검찰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건 저무는 권력에 대한 하이에나 같은 비열한 짓은 아닌지" "국민 여론을 탄핵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문재인의 적폐청산처럼 야당이 내란죄 프레임을 씌우는 건 아닌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시장은 그러면서 "하는 짓들이 박근혜 탄핵 때와 흡사하게 흘러 갑니다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의 업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자신이 '두 용병'으로 지칭하며 강하게 비판한 대통령 및 여당 수장을 가리켰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브로맨스'. 검사 시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매일신문DB

▶홍준표 시장은 글 말미에서 '결론'이라며 "최종 판단권은 수사기관에 있는 게 아니고 헌법상 헌재(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달려 있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직권남용죄는 될 지 모르겠으나 내란죄 프레임은 탄핵을 성사시켜 사법 리스크로 시간 없는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을 추진하기 위한 음모적인 책략이 아닌가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 반대 주장의 강한 근거로 거론되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14일 국회에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표 행사 예고가 늘어나는 모습을 가리킨듯 "냉정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미 우리는 감정에 치우쳐 박근혜 탄핵이라는 집단 광기를 한번 겪은 일이 있다"고 글을 마쳤다.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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