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이춘근] 전시작전통제권 논점 정리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대한민국의 국방, 안보, 통일 문제를 책임질 장관들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들의 한국 안보에 관한 언급들에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불안하다. 통일부장관 후보는 우리에게 '주적은 없다'고 말했는데 다음날 국방장관 후보는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임기 중 되찾아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는 없다"고 부인했다. 7월 9일 한국 합참은 국방장관 후보에게 '한국군의 능력상 아직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했다 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정확한 개념적 이해가 부족한 탓에 유래하는 것이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과 미군이 따로 전투하는 모습을 보고 맥아더 장군에게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맥아더 장군이 한국군을 지휘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부탁 편지를 보냈다.

맥아더 장군은 7월 18일 한국군을 지휘하게 된 것은 영광이며 한국군과 더불어 이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회답했다. 바로 이 같은 연유로 한국군의 '작전 지휘권'이 미군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작전 지휘권은 '작전 통제권'이란 축소된 개념으로 유엔군 사령관이 계속 행사하게 되었다. 작전 지휘권은 인사권까지 포함한 방대한 개념인데 반해 작전 통제권은 군사작전을 통제한다는 제한적인 의미였다.

1978년 11월 국제 정세를 반영, 한미 양국은 유엔군 사령부보다 한반도 전쟁 억지에 더욱 효율적인 한미 연합 사령부를 설립했다. 역시 작전 통제권은 연합사 사령관인 미군 장성이 행사하게 되었다. 이러던 중 한국 국내 정치 사정 변화로 인해 미군의 작전 통제권에 혼동이 야기 되었다.

부마항쟁, 광주 민주화운동 등에 해병대, 공수부대 등이 투입되어 진압 작전을 벌인 것이 작전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이 행한 일이라는 비난이 야기된 것이다. 물론 미국은 진압군을 파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미 양국은 평시에 한국군은 한국군 사령관의 작전 통제를 받고 미군은 미국군 사령관의 작전 통제를 받자고 합의했다. 즉 작전 통제권이 전시작전통제권과 평시작전통제권으로 구분되게 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97년 12월 1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전쟁 발발시 한국군이 미국군의 지휘를 받는다는 것은 자존과 독립의 문제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 때 구체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다. 놀랍게도 미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빨리 가져 가라며 전시작전통제권을 내 주겠다고 했다.

능력이 태부족한 한국군은 난색을 표명했고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임기 종료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인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를 2015년 12월 1일로 다시 연기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행사 시기를 2020년 대 중반, 한반도 안보 환경이 대폭 개선될 때까지로 무기한 연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군이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는 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행사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게다가 미국 측은 한반도의 전쟁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으리라는 현실을 강조했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조차 개입할 수 있는 대 전쟁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3차 세계대전 급의 대 전쟁이 될지도 모를 한반도의 미래 전쟁에서 한국군에게 전시 작전 통제를 맡길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다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전시(戰時, Wartime)란 법적인 개념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미 양국 군 사령관,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 그리고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모두 합의할 경우 전시 상태가 선포되며 동시에 데프콘 3(Defcon 3)가 발동되어 주한 미군 사령관이 한국군에 대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미군이 행사할 전시작전통제권은 한국 대통령의 동의가 있어야 작동되는 개념이다. 그래서 전시작전통제권 논쟁은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고 한반도의 전쟁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