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다리는 대신 나눔을 선택'…장기기증, 한영석 씨의 마지막 사랑

69세 기증자, 폐장 1기로 생명 살려…20년 투석 중에도 웃음 잃지 않아
회복 불가능한 뇌사…"기증이 가장 의미 있는 선택"

뇌사 장기기증자 한영석 씨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기증자 한영석 씨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마지막 선택이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한영석(69) 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을 기증하며 사랑을 남겼다. 그의 생애와 가족의 결정은 생명 나눔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이삼열)은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한영석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났다고 10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 6월 8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병원 도착 당시 머리에 가해진 압력이 너무 커 기본적인 검사도 어려웠고, 의료진은 회복이 불가능한 뇌사 추정 상태임을 알렸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가족들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상담을 통해 "아버지께서 이대로 돌아가시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라며 기증에 동의했다.

한 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을 기증하여 한 명의 생명을 살렸으며, 가족들은 누군가의 몸속에서 아버지가 살아 숨 쉰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았다. 한 씨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을 실천하며 세상의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떠났다.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9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한 씨는 음악과 영화, 테니스 등 예체능을 즐겼고, 오토바이에 두 아들을 태우고 영화관과 피자가게를 함께 다니던 다정한 아버지였다.

한 씨는 약 20년간 신장 투석 치료를 받았으나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생활을 이어왔다. 간호사로 일했던 지인에 따르면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그렇게 긍정적일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한 씨의 아들은 "제주도 여행을 함께 다녀오자고 했지만, 결국 못 갔던 것이 너무 마음에 남는다"며 "아버지의 신앙심과 긍정적인 마음을 본받아 더 따뜻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한영석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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