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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교영] '임계장' '고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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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네리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그렇다면 노년은 어떨까. "모든 불행한 노년은 가난이란 이유로 닮았다." 돈이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이 자유를 누리고 삶을 이어가려면 적당한 돈은 꼭 필요하다. 맹자(孟子)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도 하지 않았나.

긴 수명(壽命)이 축복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에겐 되레 불행이 될 수 있다. 서글픈 일이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다. 가난한 노인들은 병원비, 반찬값, 전기요금을 걱정한다. 돈이 없어 친척, 친구 만나기도 꺼린다. 한 푼이 아쉽다. 늙었지만 일을 놓을 수 없다.

계약 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으로 일하는 60세 이상이 199만 명에 이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9년 이후 최대치다. 법정(法定) 정년(60세)을 넘긴 취업자가 처음으로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 10명 가운데 3명꼴로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이다. 70세 이상 임시직 근로자는 100만 명을 바라본다.

건강한 노인이 재능(才能)을 발휘해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칠순 넘긴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싼 값에 노동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했다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 65세 이상 인구 중 연금(年金) 수령자는 90%가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월평균 연금 소득(2023년 기준·80만원)은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134만원)의 59%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지만, 노인 빈곤율(2023년 기준·38.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인 60세 이상 비율은 49.4%로 청년층(49.5%)과 맞먹는다.

'임계장' '고다자'란 말이 있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다.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의미다. 두 단어는 열악한 노인 노동시장을 풍자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지만, 젊어서 고생한 사람이 늙어서도 고생한다. 호호노인(皓皓老人)이 생계를 위해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게 태평성대(太平聖代)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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