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군 전통시장 청년창업 지원, 폐업 속출…'먹튀' 논란까지

전통시장 살리겠다며 수천만 원 투입…대부분 점포 1~2년 내 폐업
주민들 "가게 문 열었는지도 몰랐다" 사후 관리 부실 지적도

예천에 한 전통시장 내 오픈한 청년 지원 창업 업체들이 간판도 떼지 않은 채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오픈을 하는 날임에도 문이 닫힌 가게도 있었다. 윤영민 기자
예천에 한 전통시장 내 오픈한 청년 지원 창업 업체들이 간판도 떼지 않은 채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오픈을 하는 날임에도 문이 닫힌 가게도 있었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군이 전통시장 청년 창업 지원에 수천만원을 투입했지만, 잇따른 폐업으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는 창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거나 정상적인 영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먹튀' 지적까지 나온다.

예천군은 2019년부터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추진해 왔고, 올해까지 음식점, 디저트카페, 배달대행, 과일 도시락 등 5개 업체가 선정됐다.

이 중 현재 과일 도시락 업체 한 곳만 운영 중이며, 다음 달에는 신규 카페 1곳이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과일 도시락 업체는 3천727만5천원을, 다음 달 개업 예정인 카페에는 3천260만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나머지 3업체는 1년 정도 운영되다 폐업했다. 2022년 12월 개업한 일반음식점과 디저트카페는 각각 9개월, 13개월 만에 폐업했다. 이들 두 업체 투입된 예산은 총 5천924만5천원에 달한다.

앞서 2019년 5월 선정된 배달대행업체는 당해 12월까지 운영하기로 협약을 맺고 도비 포함 약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해당 업체는 시장 내 장보기 대행 및 배달 서비스를 목표로 했지만, 이용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의 현재는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홍보도 했지만 프로그램은 개발조차 되지 않았다. 심지어 폐업신고도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점포들이 단기간 폐업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한다.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데다 배달을 주력으로 하는 업종이 선정되면서 시장 방문객 유도라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어떤 가게는 문을 연 날을 본 적이 거의 없고, 시장에 방문객을 늘리겠다면서 배달 중심 업종을 유치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실망도 크다. 한 상인은 "가게 문이 닫힌 날이 많아 손님들이 헛걸음을 하는 일이 잦았다"며 "세금이 투입된 만큼 창업 이후 실태 점검을 철저히 하고, 실적이 없는 경우 지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업 선정 과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창업 아이템 선별이나 이후 운영 실적, 영업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컨설턴트 업체 대표는 "창업비용을 아끼는 만큼 인테리어나 판매할 상품, 홍보에 더 투자할 수도 있지만 폐업한 업체는 추가적으로 투자한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원금으로 그저 평범한 창업을 돕는 것은 세금도 낭비될뿐더러 청년 창업가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페가 폐업한 자리에 카페를 또 선정하는 것만 봐도 탁상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시장 안에서 사업을 하겠는 청년 자체가 없다. 청년들이 싼 값에 창업을 하고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빈 점포를 활성화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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