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운(66·경북 칠곡군 북삼읍) 씨는 다음 달 중순 부모님 개장(改葬)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님 산소를 멧돼지들이 파헤쳐 놓기 일쑤여서다. 김 씨는 올해 윤달을 맞아 추모공원으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마땅한 추모공원을 찾고 있다. 김 씨는 "묘이장은 조상의 기운을 새롭게 정비하고 후손의 복을 되찾는 중요한 의식이다. 자리는 후손의 복과 직결되는 중요한 음택"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A(79) 씨는 다음 달 12일 의성군 안사면에 있는 선친 묘소의 이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대형 산불 당시 가까스로 불길은 피했지만, 이제는 산중턱에 자리 잡은 묘소를 돌보기가 부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화장장 예약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A씨는 "윤달을 맞아 일찌감치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황"이라며 "3년마다 돌아오는 윤달인데, 올해는 유독 이장 수요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2~3년 만에 돌아온 윤달(윤 6월)을 맞아 대구경북 전역에 묘소 이장과 정비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윤달은 7월 25일부터 8월 22일까지다.
윤달은 예로부터 평소 하기 어려운 일을 해도 탈이 없다고 여겨지는 시기로 파묘·이장·수의 장만 등 장사(葬事)와 관련한 일들을 진행하기에 적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산불 피해 지역 이장 문의 급증
지난 3월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안동·영양·청송·의성 등 경북 북부권에서는 불에 탄 조상 묘소를 윤달을 기해 새로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 지역 장례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잔디 식재나 묘소 보수 등에 대한 문의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경북도청 신도시에 있는 안동장사문화공원은 최근 하루 예약 가능 건수를 기존 12건에서 20건으로 확대했다. 이는 이전보다 67%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곳은 최신 시설을 갖춘 덕분에 타 지역 주민들의 수요까지 늘어나고 있다.
공원 관계자는 "윤달에 맞춰 파묘나 이장을 하면서 화장을 하려는 문의가 크게 늘어 비상 확대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며 "산불 피해 지역뿐만 아니라 문경·영주 등 인근 지역에서도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례업계 관계자는 "윤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수요가 많아 보수 작업 일정이 빠듯하다"며 "특히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이 묘소를 다시 손보려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폭염에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은 "산소를 정비하고 싶지만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묘소 복구 작업에 동원 가능한 굴삭기, 벌초 장비 등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산림청과 지자체가 추진 중인 공공 산림 복구사업에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민간 작업은 뒤로 밀렸다.
이번 산불로 묘소 피해를 본 한 안동 시민(41)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선친 묘소 복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업체에 의뢰했지만 사람과 장비가 없어 9월까지는 대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윤달 기간 안에 보수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장장도 풀가동
윤달을 맞아 이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의성군 공설화장장은 80%를 웃도는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의성군에 따르면 윤달 동안 개장유골 예약 건수는 전체 114석 중 95석으로 83.3%가 완료됐다. 이곳은 화장로 4기를 갖추고 하루 11구를 화장할 수 있다. 이중 6구를 이장 등 개장유골에 개방한 상태다. 대부분 윤달이 시작되기 한 달여 전인 지난달 초에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고, 잔여 자리는 대부분 다음 달 17일 이후에 집중돼 있다.
의성군 관계자는 "평소에는 하루 1, 2구에 그쳤던 개장 유골 화장 건수가 윤달을 맞아 급증했다"면서 "윤달 이후에는 화장 예약 건수가 거의 없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천시립추모공원은 기존 1일 10구였던 화장 건수를 12구로 추가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이곳은 윤달이 시작되기 전 개장유골 화장 건은 평균 하루에 3, 4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시작하는 개장유골 화장 예약은 윤달을 앞두고 폭증했다. 이에 윤달 기간 개장유골 화장 예약을 1일 8구에서 10구로 증편했다가 시민 불편이 지속되면서 2구를 추가 확대했다.
공원묘지가 밀집된 칠곡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칠곡군 지천·동명면에 현대공원 1·2, 조양공원, 청구공원, 학명공원 등에 7만4천600여기의 묘원이 있다.
칠곡군 지천·동명면은 대구에서 30여분 거리에 있으며, 소나무 등 자연림을 그대로 보존하는 등 공원 속에서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추모공원들이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추모공원에도 최근 개장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A추모공원 측에 따르면 윤달을 앞두고 개장 문의가 두 배가량이 늘었다. 평소 10여건에 미치지 못하던 개장 문의가 지난달부터 20여건으로 늘었다. 개장 문의가 늘어나면서 A추모공원 측은 인력배치 및 환경 정비 등을 우선적으로 하면서 추모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김재균 현대공원 이사장은 "윤달 기간 추모공원을 찾는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했다"며 "고인과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편안한 대화를 나누실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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