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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김태일] APEC 성공을 지역 혁신의 동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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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장안대 총장

전 장안대 총장
전 장안대 총장

2025년 가을, 천년 고도 경주는 다시 한번 세계 속의 도시가 되었다.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이 보문호수를 배경으로 모였고, 수천 명의 기자와 외교 대표단이 대구, 포항, 경주를 오갔다. 'APEC 2025 Gyeongju'라는 이름이 연일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서울을 벗어난 지방이 세계를 맞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컸다.

그러나 행사장의 불빛이 꺼진 지금 우리는 묻는다.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가 우리 지역에 무엇을 남겼나?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번 일은 우리 지역에 여러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경주는 대형 외교무대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대구경북의 문화유산과 관광 루트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회복성, 디지털·인공지능·신기술, 인구구조 변화 대응, 중소·중견기업 지원 강화 등 APEC 과제는 우리 지역 산업정책과 바로 만나는 것이었다. 1만 명이 넘는 시민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통역단이 참여하며 지역의 개방성과 자신감을 키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자부심만큼의 '지역 혁신'이다. APEC은 지역의 역량을 인정받는 자리였다. 우리는 그 무대를 훌륭히 치렀지만, 진짜 성취는 지금부터다. 'APEC 성공적 개최'라는 말만 무성하고 뭔가를 이루는 건 없는, 실속 없는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APEC 성공 개최를 지역 혁신의 동력으로 이어 가야 한다. 오랫동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우리 지역은 지금 청년이 떠나고 공장은 멈추고 도시는 늙어 가고 있다. 빛나는 과거의 영광만 회고하고,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습속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APEC 성공 개최를 계기로 우리는 그 자부심에 걸맞은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 지역 자치단체는 이미 APEC 성공 개최를 어떻게 지역 발전으로 살려 갈 것인지를 모색하고 있다. '포스트 APEC'이라 하여 우리 지역이 세계와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큰 건축물과 기념 상징물을 우뚝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상투적 발상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필요한 일인 것은 맞다.

산업정책도 중요하다. APEC 의제와 연결해서 우리 지역 주요 도시들이 미래산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자는 주장이나, 대학·연구기관·기업이 힘을 모아 'APEC 혁신벨트'를 구축하고,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기술·자금 지원 플랫폼을 만들자는 주장은 참 좋은 제안이다.

그런데 정말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건 우리 내부의 문화를 혁신하는 일이다. 우리 지역이 APEC 이후 세계와 만나려면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를 지역사회에 내면화해야 한다. 이것은 세계와 만나려는 생각이 있다면 모두가 추구하고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영하는 가치가 있어야 세계와 만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짐작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혐오를 외치면서 우리 지역이 세계와 만난다고 말할 수 있겠나?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깔보고 구박하면서 어떻게 세계와 만날 수 있겠는가? 혐오와 배제의 깃발이 나부끼는 한 어떤 '포스트 APEC'도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도시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점은 세계적 상식이다. 도시의 품격은 건물이나 돈이 아니라 그런 가치에서 나온다. 다양성과 포용성에서 묻어나는 품격이 일상화되지 않으면 APEC의 빛은 오래가지 못한다. APEC 성공 경험을 '지속 가능한 불씨'로 살리려면 우리 지역의 학교와 대학은 '세계 시민성'을 가르쳐야 하며, 봉사와 공공성, 환경 감수성과 관용이 지역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변화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APEC이 끝난 지점에서 우리는 지역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자부심만으로는 지역이 성장하지 않는다. 우리의 의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는 다시 멀어진다. 지역 혁신의 동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APEC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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