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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비상계엄 1년, 내란종식보다 더 급한 국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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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지났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러나 이 기간이 남긴 흔적은 그저 시간의 길이로 이야기할 수 없다. 빅데이터는 비상계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비상계엄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 분석에서 드러나듯,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복잡하다. 긍정도, 안도도, 안정도 감지되지 않는다. 대신 '혐의', '의혹', '범죄', '체포', '불법', '방해하다', '혼란', '우려', '논란' 등이 키워드를 도배하고 있다. 이 연관어들은 비상계엄이 단지 국가적 위기 대응 수단이라는 차원을 넘어,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에 어떤 감정의 균열과 정치적 분극을 남겨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상계엄의 법적 정당성과 절차적 논란, 정치세력 간 공방, 시민사회와의 갈등, 그리고 비상계엄 이후의 책임론까지 뒤섞이면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넘어 지속적인 불신과 의심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래서 이제 비상계엄 1년을 논할 때, 단순히 "비상사태가 종식되었느냐, 정국이 안정되었느냐" 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빅데이터가 말해주듯이, 지금 이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유죄·무죄의 공방이 아니라 국민 통합이다. '종식'은 제도적 행위이지만, '통합'은 사회의 심리적 상태다. 제도는 명령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국민의 마음은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평가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빅데이터 분석에 등장한 주요 연관어들을 보자. 중심에는 '혐의', '의혹', '범죄', '체포' 같은 거대한 부정 감성 키워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국민에게 아직도 강한 의심과 논란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음을 보여 준다. 특징적인 것은 이 키워드들이 단순히 내란 사태의 가해자·피해자 논쟁에서 끝나는 단어들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정당성·절차적 투명성·책임성에 관한 불신으로 확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불법', '위법', '방해하다', '증거인멸', '부정선거 논란', '허위', '거부하다'와 같은 단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즉,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내란의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정서는 여전히 '진실 공방의 한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의 물리적 충돌은 멈추었지만, 사회적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혼란', '우려', '위기', '비판', '염려' 등 감성어는 국민들이 정치적 공방에 압도당한 채 피로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형도는 단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비상계엄의 1년은 국민 감정의 분열이 고착된 시간이었다. 국민 통합은 정치적 이상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실질적 조건이다. 경제·안보·국제정세 등 한국은 수많은 외부 변수 속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내부가 분열된 상태라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 빅데이터 감성분석에서 '불법', '의혹', '범죄', '비판', '혼란'이 중심이고 '안정', '신뢰', '통합'은 주변에 희미하게 보이는 이유는 이 1년 동안 통합이 국가의 우선순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내란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시급한 것은 국민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정치적 대립을 완화하며, 공동체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국가가 정책을 시행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떤 제도도 유효하지 않다. 통합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적 문제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끝났을지 모르지만, 심리적 혼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비상계엄 1년의 의미는 단지 "국가가 위기를 수습했다"가 아니라, "이제 사회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방향성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란 종식보다 더 시급한 국민 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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