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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뼈에 좋은 골담초(骨擔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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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담초(骨擔草)
골담초(骨擔草)

도라지 선생이 노란 꽃 한 주먹을 나눠주었다. 먹으면 골을 채우는 '골담초(骨擔草)'라고 했다. 아까시나무 꽃같이 생겼고, 맛이 달짝했다. 곁뿌리 몇 포기 얻어와 심었는데, 가지에 억센 가시가 돋았다. 대체로 엄나무, 두릅, 구지뽕, 산딸기, 엉겅퀴 등의 몸에 이로운 식물에는 가시가 돋는다. 이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용이라 볼 수 있다.

골담초 심은 지 두 해 정도 지나자 꽃 몸을 달았다. 척박한 둔덕에서 몸집을 키우지 못한 채 꽃 피운 정성이라니, 조심스럽게 꽃을 따서 입에 물었다. '골담초(骨擔草)'는 이름처럼 '뼈를 담당하는 풀'이라는 뜻이다. 골담초는 키가 1~2m 정도 되는 작은 나무이다. 그런데 왜 나무가 아니고 '풀(草)'이라고 하였을까. 가닥가닥 뻗어 나온 줄기가 무성한 풀 같아서 이를 풀로 분류하여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골담초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노란 꽃이 마치 '황금색 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금작화(金雀花)', 꽃 모양이 '닭의 볏'이나 '노란 병아리'를 닮았다고 하여 '금계아(金鷄兒)', 뿌리 말린 것은 '금작근(金雀根)'이라 한다. 도가(道家)의 선비나 사찰의 스님들은 '선방(禪房)의 문(扉) 앞에 피는 꽃'으로 '선비화(禪扉花)'라 부르며 즐겼다.

골담초 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다. 하지만 그 가시 사이로 피어나는 꽃은 매우 부드럽고 달콤했다. 이를 보고 '겉은 엄격하지만 속은 따뜻한 선비의 성품'에 비유했다. '선비화'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중 하나도, 가시 같은 절개를 지니면서도 꽃을 피우는 자비와 나눔을 고고한 선비와 닮았다고 보았다.

골담초(骨擔草)
골담초(骨擔草)

경북 영주 부석사(浮石寺)에 꽃에 관한 이야기가 전한다. 부석사를 창건한 신라의 의상대사가 수행을 마치고 떠나면서, 자신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처마 밑에 꽂았다. "이 지팡이에 잎이 피고 꽃이 피면, 나라의 운이 흥할 것이다. 이 나무가 죽지 않으면 나도 죽지 않은 줄 알아라." 놀랍게도 그 지팡이에서 뿌리가 내리고 잎이 돋아났다. 그것이 바로 부석사의 조사당(祖師堂) 옆에서 자라고 있는 선비화(禪扉花), 바로 골담초이다. 이 나무는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와 이슬을 맞지 않는 처마 밑에서도 푸르게 살아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예전 배고픈 시절에는 골담초 꽃으로 떡을 해 먹었다. 꽃에는 독성이 없고 맛이 달아 허기를 달래주던 고마운 꽃이었다. 또한, 관절염이나 신경통을 다스리는 '효도 나무'로 사랑받았다. 마당 한쪽에 골담초를 심어두었다가 그 뿌리를 달여 무릎이나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른께 대접하였다. '골담초 식혜'나 '골담초 술'은 약선 처방으로 전해지고 있다.

골담초의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은 쓰면서 달다(苦甘). 한의학적으로는 간(肝)과 신(腎)에 작용하여 풍습(風濕)을 제거한다. 뿌리의 독성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뼈와 관련된 질환에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약선 차(茶)로 활용할 때는 대추와 함께 달여서 마시고, 꽃은 물김치, 샐러드, 비빔밥, 화전 등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 식탁에 차려진 꽃은 눈을 즐겁게 하고, 꽃 향과 아삭한 식감은 식탁을 풍요롭게 한다. 골담초꽃만 아니라 여러 식용 꽃을 응용해도 좋다.

골담초 피는 계절이면 도라지 선생을 떠올린다. 팔십이 넘은 연세에도 자전거 타고 대구 시내를 누비던 분인데, 얼마 전에 뵈니 많이 여위고 걸음이 느려졌다. 그분의 검정 비닐봉지는 골담초꽃, 신문지에 둘둘 말은 목단꽃, 살구, 무화과, 석류 등 골고루 쏟아져나오는 지니의 요술램프를 닮았다. 정(情)은 소소한 것이라도 나누는 것임을 솔선수범하시는 분이다.

노정희 대구한의대 푸드케어약선학과 외래교수
노정희 대구한의대 푸드케어약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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