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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김봄이] '의대 열풍'의 시대, AI는 의사를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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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이 교육의료팀장

대구시의사회 유튜브 채널 캡처
대구시의사회 유튜브 채널 캡처
김봄이 사회부 기자
김봄이 사회부 기자

"어머님들, 다들 아이 의대 보내실 거죠?"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친구가 학원 설명회에서 들었다는 말이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이 설명회를 한다는 것, 수십 명 학부모들의 목표가 의대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씁쓸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를 지원하고, 대기업 직원들도 다시 수능을 쳐서 의대에 간다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의대 만능주의' 사회가 된 모양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최근 학부모들이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의대에 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3년 안에 최고의 외과의사보다 뛰어나게 될 것이라며 의대에 가는 것이 의미 없다고 단언했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사실상 공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까지 내다봤다. 정말 AI가 발전하면 의대는, 그리고 의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까.

약간의 힌트를 엿볼 수 있는 영상이 최근 대구시의사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은 AI와 20여 년간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대결을 담았다.

간 수치 이상이 발견돼 병원을 찾은 26세 여대생의 초기 질환 정보를 바탕으로 병명을 추론하는 것이 첫 번째 대결이었다. 놀랍게도 AI는 단편적인 증상과 검사 수치만으로 순식간에 희귀 유전질환 가능성을 찾아냈다. 반면 의사는 질문을 반복했다. 술은 마시는지, 가족력은 없는지, 평소 증상은 어땠는지 묻고 또 물었다. 얼핏 보면 비효율적이고 느려 보였다.

두 번째 승부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의사 국가고시 기출문제로 구성된 객관식 시험에서 베테랑 의사가 AI를 앞섰다. 실제 임상에 가까운 문제를 두고 AI는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답했지만, 오랜 진료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 의사의 직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의료는 단순한 정답 찾기 게임이 아니다. 환자는 검색창에 증상만 입력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다. 불안해서, 무서워서, 누군가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라며 병원 문을 연다. 의사는 차트를 보는 동시에 환자의 표정과 목소리, 보호자의 침묵까지 읽는다. 때로는 검사 결과보다 "선생님, 저 죽는 건 아니죠"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AI는 앞으로 의사를 엄청나게 도와줄 것이다. 이미 영상 판독과 진단 보조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응급실이나 지방 의료처럼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AI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어쩌면 미래의 의사는 청진기나 수술 도구가 아닌 AI 프로그램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의 최종 책임을 AI에게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무엇보다 AI가 하지 못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AI가 진단을 더 정확하게 할수록 인간 의사는 더 인간적인 일을 맡게 된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답해주며, 눈물을 닦아주고, 불안을 견디게 만드는 일 말이다.

결국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한 사람의 의사가 아닐까. AI는 뛰어난 도구가 될 수는 있어도,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존재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AI와의 대결에서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의사의 질문이 환자에게는 불안을 덜어주는 따뜻한 관심으로 느껴질 수 있다. 10년 뒤 의대에 진학하게 될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갖춰야 할 소양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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