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응급실이 잇따른 법적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관련한 행정처분 소송에서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이 잇따라 패소하거나 재판을 이어가면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응급의료 환경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위험 산모들, 전국에서 대구로
대구는 전국적으로도 응급의료 역량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타지역의 중증 고위험 산모들이 대구 상급종합병원으로 긴급 전원돼 무사히 출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5일에는 전남 광양시에서 임신 31주의 고위험 산모가 영남대병원을 이송돼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하게 분만했다. 당시 산모는 양수가 거의 없고 자궁 수축이 있었으며 임신성 당뇨를 가진 상태여서,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영남대병원은 산모 상태를 확인하고 산부인과·신생아중환자실(NICU)·마취통증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 협진 끝에 긴급 제왕절개를 시행해 성공적으로 분만을 마쳤고, 1천480g으로 출생한 신생아는 출생 직후 호흡보조를 위해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으나, 집중 치료를 통해 다음 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등 빠르게 상태가 호전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인천에서 임신 29주 차 임산부가 소방 헬기를 타고 칠곡경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돼 무사히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고, 840g의으로 태어난 아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회복하고 있다. 또 올 초에도 서울에 거주하는 이란성 쌍둥이 임신 28주차인 산모가 수도권 병원을 돌다가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안타깝게도 이미 분만이 상당히 진행된 위급한 상태에서 제왕절개 수술이 시작돼 쌍둥이 중 한 명은 세상을 떠났고, 다른 한 명도 위험한 상황을 겪었지만 NICU에서 치료를 받고 80일만에 무사히 퇴원했다.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구는 영남권 뿐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응급실로 전원되는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고민 깊어지는 대구 응급의료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법적 분쟁은 지역 응급의료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관련 소송이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응급환자 미수용에 따른 행정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비슷한 유형의 소송을 진행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항소심 패소 후 상고를 포기했다.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 역시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역 의료계는 특히 대법원 판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상급심에서도 병원 측이 최종 패소할 경우, 배후진료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응급환자를 사실상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은 병상과 의료진, 수술 가능 여부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결과만 놓고 법적 책임을 묻게 되면 현장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응급환자 진료 자체를 더 기피하게 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 응급의료기관도 법적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서구의 한 병원은 공중보건의와 전공의를 응급실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한 문제로 업무정지 60일과 3억원대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1심에서 패소했다. 병원 측은 현재 항소를 진행 중이다.
지역 응급의료기관들은 낮은 응급의료 수가와 만성적인 인력난 속에서 가까스로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낮은 의료 수가로는 전문의 확보 자체가 어려워 응급실 운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응급의료계에서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과도한 법적 제재가 이어질 경우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의료기관까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은 필수의료의 최전선인 만큼 단순 처벌 강화보다는 현장 인력 확충과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법적 책임만 강화될 경우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곳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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