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성과급 논쟁이 단순한 임금 분배를 넘어 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둘러싼 정책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반면, 재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현금성 보상 확대보다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에 자원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성과급 논의가 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한 번의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 구도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첨단 공정 전환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 차세대 패키징 기술 확보, AI 서버용 반도체 대응 등은 모두 막대한 규모의 선제 투자를 요구한다. 단기 실적을 현금으로 나누는 데 집중할수록 미래 시장을 선점할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이미 속도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 대만 신본사 기공식에서 대만에 연간 최대 1천500억 달러(약 20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AMD도 대만 AI 생태계에 100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생산기반 확대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붓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을 현금 보상으로 소진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대기업의 투자 축소는 장비·소재·부품·설계·후공정 등 협력 생태계 전반의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산업 경쟁력 위축 우려도 뒤따른다.
정부 내에서도 시각차가 표면화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원·하청 상생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틀 뒤인 29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SNS를 통해 "AI 시대의 승부는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에서 갈린다"며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투자 실기조차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기업들을 회복하기 어려운 패자의 길로 내몰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분산이 아닌 집중이라고 주문했다.
산업계에서는 성과급 논의 역시 단기 분배보다 장기 투자와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사이클은 이제 시작인데 갈등에 발목을 잡힐 수 없다. '얼마를 나눌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글로벌 반도체 및 AI 경쟁 환경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대만에 연간 최대 1천500억 달러(약 207조원) 투자 선언
▷AMD - 대만 AI 생태계에 100억 달러 이상 추가 투자
▷미국·중국·일본 - 자국 반도체 생산기반 확대 위해 대규모 보조금·세제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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