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보기관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 각 군 정보부대 등 16개이다. 이들을 묶어 '정보공동체'(US Intelligence communty)라고 하는데 9·11 테러 이전까지 이들 기관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움직였다. 이런 칸막이식 정보기관 운영이 초래한 '정보 실패'(Intelligence Failure)가 9·11 테러를 막지 못한 주요인이었다.
CIA는 9·11 테러 당시 항공기를 납치했던 알카에다 요원 알-미드하르와 알-하즈미의 미국 입국 사실을 알았으나 FBI나 NSA에 알리지 않았다. NSA도 이들의 통화를 감청(監聽)해 테러 관련 첩보를 입수했지만 유관 기관에 전파하지 않았다. FBI는 단독 비행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면서 비행학교에서 747기 조종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으려 한 테러 공모자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체포했으나 추방 결정만 했다. 유관 기관에는 무사위를 관찰해 온 수사관의 항공기 테러 가능성에 대한 보고는 생략한 채 '무슬림들의 비행훈련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만 통보했다. 이에 연방항공청(FAA) 등 관련 기관은 그런 두루뭉술한 정보로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통보 내용 자체를 무시해 버렸다.
이렇게 정보가 특정 기관 내에 고립돼 공유되지 않는 것을 '정보 사일로(silo)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를 허물기 위해 미국 정부는 2005년 정보공동체 16개 기관을 지휘·통솔하는 컨트롤타워로 '국가정보국'(DNI·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신설했다. 핵심 업무는 각 정보기관이 수집·보유한 정보의 유기적 융합(融合)을 통한 정보 실패 방지이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 정보 실패의 처철한 경험 끝에 도달한 정보기관 통합과 집중이라는 지혜와 반대로 가고 있다. 국군방첩사령부 기능을 갈가리 찢어 해체하려 한다. 방첩 정보 기능은 국방부 산하 신설 예정인 '국방방첩본부'로, 안보 수사 및 계엄 시 합동 수사권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감사 기능은 다시 방산·사이버 보안과 군내 보안 업무 2개로 쪼개 전자는 방첩본부로, 후자는 국방부 산하에 신설되는 '국방안보지원단'에 넘기겠단다. 그 이유는 방첩사가 12·3 비상계엄 이행에 투입된 것과 같은 군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 차단이란다. 글쎄다. 계엄 당시 방첩사 투입은 정치 개입인가, 군통수권자의 명령 이행인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다.
정치 개입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꼭 방첩사를 해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방첩사 기능의 분산은 9·11 테러 직전 미국 정보기관들의 고립적 운영에서 증명됐듯이 분산된 정보·첩보의 연결과 종합을 차단해 정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이미 미국이 보여 줬는데도 왜 그 실패를 되풀이하려는지 모르겠다.
어이없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국방부는 방첩사 기능의 한 조각씩을 넘겨받은 기관들을 통솔·지휘·감독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방첩사를 없애고 이름만 바꿔 다시 방첩사를 만드는 꼴이다. 그럴 거면 무엇 하러 방첩사를 없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 나쁜 것은 기능을 분산해 놓고 통합 관리하는 데서 빚어질 수도 있는 난관(難關)이다. 방첩사의 기능을 나눠 가진 기관들이 신설될 상위 기관의 지휘·감독에 고분고분 따를지, 아니면 상위 기관의 지휘·감독을 따르는 척만 하는 사태로 정보 실패가 초래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만큼 방첩사 해체는 위험한 실험이다.
분산된 정보의 통합 관리가 정보 실패를 막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방책임을 미국은 이미 보여 줬다. 미국처럼 방첩사,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 등 국내 모든 정보 조직을 지휘·감독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할 판에 이미 있는 조직을 찢어발기겠다니 역주행도 이런 역주행이 없다.
이런 사태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법률가인 키케로가 법정에서 자주 던졌던 '쿠이 보노'(Cui Bono·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라는 물음을 다시 꺼내게 한다. 방첩사 해체로 누가 이익을 보나? 북한 김정은이고 중국이며 국내 토착 간첩일 것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요즘 국민들 사이에서 "국방부가 아니라 국붕부(國崩部)"라는 조롱이 나온다고 한다. 국방부 장관은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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