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 탈락으로 한국 축구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여정(旅程)이 끝났다. 조별 리그에서 한국은 '졸전'을 펼쳤다. "한국 팀은 32강 진출 자격이 없다, 귀국해라"거나 "내 평생 한국 팀 탈락을 바란 것은 처음이다" "일본 축구는 세계 수준, 한국은 동네 축구"라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들은 단순히 1승 2패 성적, 32강 탈락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 결과는 어쩌면 당연하다.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 우리는 어쩌다가 '월드 클래스' 선수가 나타나면 '그 선수 개인의 기량'을 '한국의 기량'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축구의 손흥민을 보면서 그게 한국의 실력이라고 믿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김연아와 손흥민은 한국의 시스템이 키운 선수가 아니다. 개인의 재능에 그 가족과 후원 단체들이 키웠다고 해야 정확하다. 손흥민 선수가 뛰느냐 벤치에 앉아 있느냐에 따라 팀 경기력이 크게 달라지는 현실, 남아공과 경기에서 손흥민을 선발에서 뺀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 등은 달리 말하면 한국 축구가 전체적 기량과 시스템은 약하고, '하늘이 내린 천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적산온도(積算溫度)'는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온도 또는 녹은 눈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품종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고추는 1천~1천300℃ 온도가 쌓여야 풋고추가 빨갛게 익는다. 양적으로 충분한 온도가 축적되어야 질적 변화(풋고추→빨간 고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9월 중순 이후 맺힌 고추는 1천300℃가 쌓이기도 전에 서리를 맞아 풋고추로 끝난다. 매사가 그렇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이지, 기전결(起轉結)이 아니다. 일정 기간 밀고 나가는 승(承) 없이 전(轉)은 발생하지 않는다. 충분한 온도 축적 없이 착색제를 뿌려 만든 빨간 고추는 '질적 변화' 없는 '페인트칠'로 눈속임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목표, 두터운 선수층, 치밀하고 합리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 한국인에게 맞는 전술, 유럽 리그 진출과 같은 다양한 경험, 학연·인맥 또는 이름값과 무관하게 감독과 선수를 선발하는 구조 등 충분한 에너지가 쌓여야 한국 축구에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월드컵 축구 '졸전'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런 결과를 낸 구조에 주목(注目)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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