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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전병서] 'K자 버블'은 신기술 등장 때마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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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낙엽이 지듯, 신기술이 세상을 뒤집을 때마다 반드시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찾아온다. 'K자 양극화'와 '금융 버블'이다. 이 둘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하나의 감기가 몸의 서로 다른 부위에 나타나는 쌍둥이 증상이다.

1990년대 PC 혁명이 왔을 때도, 2000년대 인터넷 붐이 왔을 때도, 지금 AI시대가 열릴 때도 공식은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다. 신기술은 언제나 승자를 먼저 골라낸 뒤 그 비용을 나머지에게 청구한다. 우리는 지금 그 감기의 정중앙에 서 있다.

K자 양극화의 현재 모습은 수치가 말해 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 만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50%를 넘나드는 시대가 됐다. 2026년 상반기 한국 증시가 코스피 9000선을 넘나드는 폭등장을 연출하는 동안, 이 두 종목의 시총 증가분이 코스피 전체 시총 증가분의 85%를 차지했다. 국가 증시가 사실상 반도체 두 종목의 주가 일기예보판으로 전락한 셈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폭발시키면서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 시총을 장중 추월했고, 메모리 반도체 3사는 역대급 이익을 쌓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는 원가를 감당 못한 세트업체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며 소비자에게 청구서를 넘긴다. 애플은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20% 올렸다. K자의 위쪽 획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아래쪽 획은 더 깊게 꺾인다. K자는 통계 수치가 아니라 시대의 얼굴이다.

양극화의 위쪽 획으로 자금이 몰리는 순간 버블의 씨앗은 이미 심어진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800조원 규모 신규 클러스터 투자, 마이크론의 2000억 달러 미국 투자, 목표주가를 두 배로 올리는 월가 보고서들, 메모리 3사의 1년 단위 계약 관행을 버린 5년 장기공급계약 전환까지, 자본이 한 방향으로만 질주하는 전형적 버블 국면이다.

1990년대 중반 삼성·현대·LG 반도체 3사가 경쟁적 과잉 투자를 쏟아내다 결국 1996년과 1997년 D램 가격이 각각 51%와 65% 연속 폭락했던 역사가 있다. 그 충격은 외환위기와 맞물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강제 빅딜로 이어졌다.

버블은 탐욕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다. 신기술이 만든 초과수요가 K자 위쪽 획으로 과잉 자본을 불러들이고, 그 자본이 캐파로 전환되는 순간 공급과잉의 추락이 시작된다는 메커니즘은 반도체 반세기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문제는 이 쌍둥이 감기를 알면서도 처방전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응 전략은 세 축으로 짜야 한다. 첫째, 산업 다각화다. 반도체 두 종목에 수출 경쟁력과 주가지수가 함께 출렁이는 구조는 충격 흡수 장치 없는 자동차와 같다. AI 소프트웨어, 바이오, 에너지전환 분야의 성장 기반을 지금부터 닦아야 2028년 전후 예상되는 메모리 균형점 붕괴 이후의 충격을 버틸 수 있다.

둘째, 버블 조기경보 체계다. 특정 섹터의 시총 집중도, 장기공급계약 비율, 투자 대비 매출 배수가 임계치를 넘으면 시스템 리스크로 분류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증시와 실물의 괴리를 사후에 한탄하는 대신, 사전에 신호를 읽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셋째, 아래쪽 획에 선 사람들을 위한 완충장치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즉시 전가되는 사슬을 늦추는 정책 설계, 기술 전환기에 일자리를 잃는 업종과 계층을 위한 재교육과 소득 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위쪽 획의 이익이 아래쪽 충격을 일부라도 상쇄하도록 분배 회로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국가 전략의 몫이다.

감기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처방전 없이 맞는 감기와 예방접종을 맞고 맞는 감기는 결과가 다르다. 1996~97년의 뼈아픈 기억을 가진 나라가 2028년 전후 또다시 "예상 못 했다"는 말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캐파 경쟁에 가장 공격적으로 베팅한 곳이 다음 사이클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다는 것, 그것이 40년 D램 역사가 주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교훈이다. 역사는 되풀이되지만,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는 것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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