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저녁, 문득 오래전 누군가의 체온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한 사람의 어깨에 기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순간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고명재 시인의 새 시집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은 바로 그런 기억의 온기를 조용히 더듬으며 상실과 사랑, 그리고 살아가는 힘을 담아낸다.
저자는 사라져버린 시간과 사람들을 애써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기억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숨 쉬는지를 섬세하게 바라본다. 어린 시절의 풍경, 가족과 친구, 스쳐 지나간 인연들은 시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으며 다시 살아난다.
저자의 시는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의 장면을 깊이 응시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말 한마디, 계절이 바뀌는 풍경, 오래된 골목과 집, 식탁 위의 밥 한 끼 같은 익숙한 이미지들이 삶의 본질을 비추는 상징으로 변한다. 절제된 문장과 여백이 많은 시어는 독자에게 해석의 공간을 남기며 저마다의 추억을 불러낸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관계의 온기와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시가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드는 이유를 조용히 증명한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고명재 시인은 담백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로 들려준다. 12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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