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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 반도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속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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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에서 속도는 핵심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오직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줄이고, 토지 문제는 협의와 강제수용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속도를 결정지을 필수 조건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기와 물, 송전망, 주민 수용성, 탄소 경쟁력까지 갖춰져야 완성된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15GW, 호남 클러스터에는 6.3GW 전력이 필요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2035년 18GW를 넘어설 전망이다. 두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현재 한국형 원전 15기가량이 생산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호남 클러스터에 하루 100만t 이상의 용수(用水)가 필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면서 LNG 발전과 원전 건설을 언급한다.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LNG는 국가 목표인 탄소중립과 충돌한다. 기존 댐과 재이용수를 활용해 산업용수 확보가 충분하다지만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정부가 가뭄 시 물 부족 가능성을 예고한 지역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농업·생활용수와 산업용수 사이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동해안 생산 전기를 수도권으로 가져오는 핵심 시설인 동서울변환소 증설은 6년 넘게 표류(漂流) 중이다. 송전망 구축조차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이다.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향성이 불확실한 속도는 폭주(暴走)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호남권 클러스터는 포퓰리즘이며, 기업 투자 입지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관치 산업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권의 치적이나 정당의 선거 전략이 될 수 없다. 수백조원이 투입될 메가프로젝트일수록 정치가 아니라 산업적 완성도와 지속가능성이 우선돼야 한다. 정권은 5년이지만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소 수십 년을 내다본다. 대통령이 연일 역설하는 속도전이 정치적 시계에 맞춰진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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