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에게 피아노는 세 살 때부터 갖고 놀던 장난감이지만, 슈헤이에게는 완벽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무거운 짐이었을 거예요"
숲속의 낡은 피아노로 독학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카이는 피아노를 놀이처럼 즐기지만,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슈헤이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까지 짊어지고 완벽을 향해 달린다.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되는 일본 명작 만화 '피아노의 숲'의 두 주인공이다.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 공식 초청작이자 어워즈에서 2관왕을 달성한 대구시립극단 뮤지컬 '피아노의 숲'이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오는 10일(금)부터 12일(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본공연을 이어간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카이 역의 이휘종, 슈헤이 역의 천관우, 레이코 역의 대구시립극단 김채이 배우는 세계 초연작의 첫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원작 인물의 결을 놓치지 않는 데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휘종은 자유로운 천재 카이가 피아노를 칠 때 느끼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방식에 많은 고민을 쏟았다. 그는 "피아노 천재들이 음악을 어떻게 즐기는지 영상을 찾아보며 참고했다"며 "카이가 힘든 환경에서 자라 거친 면은 있지만 불량한 학생은 아니다. 그런 부분이 나쁘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천관우는 슈헤이의 질투와 동경, 승부욕을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표현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작품은 어른이 된 슈헤이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그는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을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어른이 된 슈헤이가 당시의 감정을 통해 성장한 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카이의 어머니 레이코를 연기하는 김채이는 "따뜻한 엄마이자 한편으로는 카리스마 있게 아들을 다그치기도 한다. 또 원작에서 굉장히 매력있는 레이코의 모습을 어떻게 녹여낼지 많이 고민하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두 배우가 바라본 카이와 슈헤이에게 피아노가 갖는 의미도 정반대다. 천관우는 슈헤이에게 있어 피아노는 '무거운 짐'이라고 표현했다.
"슈헤이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가 인생이었다. 즐거움을 넘어 완벽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였을 거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도 있었을 것 같다. 카이를 만나면서 비로소 그 짐을 내려놓고, 처음 피아노를 만졌을 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게 슈헤이가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휘종이 표현한 카이의 피아노는 '장난감'에서 출발한다. 그는 "카이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갖고 놀았고 재미로 연주를 시작한 아이"라며 "슈헤이를 만나면서 피아노가 진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자신의 삶 전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쳤다면 이제는 만들어진 것 안에 카이 자신도 들어가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카이만의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아노를 중심에 둔 작품인 만큼 이를 무대 위에서 실제처럼 구현하는 과정도 배우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카이와 슈헤이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실제 피아노 연주와 손동작을 맞추는 '핸드 싱크' 연습을 거듭했다.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지 않는 배우들에게도 무대 위 6대의 피아노는 또 다른 과제였다. 김채이는 "배우들이 직접 피아노를 전환해 숲과 교실 등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라며 "매 순간 언제 무대에 들어가고 움직여야 하는지 집중해야 했다. 신선하면서도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영국과 한국 창작진, 서울과 대구 배우들이 함께 제작한 작품으로 배우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휘종은 마이클 펜티먼 연출을 두고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새벽부터 장면을 구상해와 배우들과 직접 해보고, 안되면 될 때까지 시도했다"며 "창작 초연이라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공연을 올리고 나면 그런 어려움은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천관우는 "마이클 연출이 한국어로 하는 연기를 굉장히 잘 이해해주고 나중엔 통역가가 없을 때도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딤프 공식초청작 '설공찬'에 출연해 시립극단 단원들과 한차례 합을 맞췄던 그는 "대구에 연고는 없지만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다. 함께했던 배우들이 잘 챙겨줘서 고향에 돌아온 기분으로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시립극단 소속 배우로 작품에 참여한 김채이는 "영국 연출가와 처음 작업하고 새로운 연습 방식을 경험한 것도 배우로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피아노의 숲'이 품은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했다.
천관우는 "자극적이거나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은데, '피아노의 숲'은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느낀 감정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치유의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휘종도 "누구에게나 아이였던 때와 빛났던 순간이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공연을 보며 그런 순간들을 직접 목격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채이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쇼팽의 클래식 음악부터 새롭게 창작된 음악까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세계 초연의 첫 무대를 만든 배우들에게는 작은 바람도 있다. 천관우는 "작품이 서울과 또 다른 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카이는 이휘종, 슈헤이는 천관우, 레이코는 김채이'라는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남았으면 좋겠다"라며 "어떤 작품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배우들이 있듯 '피아노의 숲'이 우리에게도 그런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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