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나토 정상들에게 실탄이 든 권총을 이별 선물로 건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9일 국제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총기 규제가 엄격한 유럽 각국에선 선물을 자국으로 가져가지도, 그냥 버리지도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카라 대통령 집무실에서 7~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이름이 새겨진 38구경 리볼버 권총 한 정과 실탄이 담긴 상자를 건넸으며, 정상들이 이 총기를 자국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수출 규제를 면제하는 특별 서신도 함께 동봉했다. 선물로 제공된 총기는 튀르키예 업체 사르슬마즈가 제작한 SR38 리볼버로, 각 정상의 이름이 각인된 맞춤형 제품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앙카라에서 귀국하는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공개했고, 헝가리의 페터 머저르 총리도 소셜미디어(X)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물, 내 이름이 새겨진 매그넘 리볼버와 실탄을 받았다"고 직접 올리며 존재를 확인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수뇌부도 권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정상의 반응은 당혹감과 유머 사이를 오갔다.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준비한 단풍 시럽 선물이 완전히 밀렸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캐나다 국민들께 안심하시라고 말씀드린다, 총은 제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해당 권총을 경찰에 넘겼으며, 향후 박물관에 기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총기 규제 수준에 따라 나라별 처리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스타머 총리는 권총을 영국으로 가져가지 못했는데, 에르도안 측이 수출 규제 면제 문서를 동봉했음에도 영국의 총기 수입 규정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권총은 앙카라 주재 영국대사관에 남겨져 폐기 또는 비활성화 처리를 밟게 됐다. 벨기에의 바르트 더 베베르 총리는 귀국 후에야 선물이 권총이었음을 알아채고 즉시 공항 경찰에 인계했으며,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깜짝 놀라 바로 경찰에 건넸고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한 뒤 권총을 비활성화 처리해 군사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선물의 배경에는 튀르키예 방산 산업의 국제 홍보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방산업을 핵심 수출 산업이자 외교 수단으로 키워왔는데, 이번 선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네바 소재 소형무기조사연구소(Small Arms Survey)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2019~2024년 사이 세계 3위 소형무기 수출국으로, 해당 기간 총 수출액이 약 30억 달러에 달했다.
이번 앙카라 정상회의는 2004년 이스탄불 정상회의 이후 튀르키예가 처음 개최하는 나토 회의였다. 회의는 우크라이나 지원, 이란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등 굵직한 현안에 집중했지만, 각국 대표단 사이에선 폐막 이후 권총 처리 문제가 뜻밖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선물의 의도에 대한 외신 질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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