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좋다…애플스토어에 담긴 건축 전략
애플스토어에는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바뀐다. 밝은 빛이 쏟아지는 천장 한 번 올려다보고, 탁 트인 넓은 유리창을 또 바라보고, 쾌적한 냄새와 분위기까지 느끼다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조금 늦어진다. 굳이 물건을 살 계획이 없어도 괜찮고, 오래 머물러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의 신간 '애플스토어에 가면 왜 기분이 좋을까'는 바로 그 막연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책이다. 지난 25년간 애플은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약 535개의 애플스토어를 열었고, 그 수는 현재도 증가 중이다. 애플스토어는 각 도시에서 때로는 독립 파빌리온형으로, 때로는 마천루 로비형으로, 때로는 지하형으로, 때로는 쇼핑몰 연계형으로 전략적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를 건축으로 읽어낸 저자는 "애플스토어는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서울 가로수길부터 뉴욕 5번가까지 세계 9곳의 애플스토어를 따라 도시를 여행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애플 스토어인 서울 가로수길 스토어처럼 독립 파빌리온형 매장은 가로의 주연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도쿄 마루노우치와 서울 명동의 마천루 로비형은 번화가의 간선도로와 이면도로를 동시에 살리는 실험적 구조를 갖췄다. 뉴욕 5번가와 밀라노 리버티 광장은 역사적 무게를 존중하기 위해 매장을 지하로 내려보내고, 지상은 시민에게 돌려준다. 싱가포르와 방콕 애플스토어는 쇼핑몰과 연결된 연계형이지만, 단순한 상업시설에 머물지 않는다. 백화점의 맥락을 따라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빠져나오는 경험은 이 유형만의 묘미다. 저자는 애플스토어의 유형이 단칼에 나뉘지 않는 이유를 도시의 복잡성에서 찾는다. 도시가 그렇듯, 애플스토어 역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플이 위치를 선택할 때 역사성, 관계성, 유동성, 문화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사람의 흐름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흘러가는지, 도시의 자부심이 어디에 쌓여 있는지, 상업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애플은 놀라울 만큼 정확히 짚어낸다. 그래서 애플스토어가 들어선 자리는 종종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빛이 바래던 거리는 다시 사람으로 채워지고, 스산했던 광장은 머무는 장소가 된다. 새로 문을 여는 애플스토어마다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그 앞은 자연스럽게 '핫플'이 된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치밀한 도시 읽기의 결과다. 공간의 힘은 건축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애플스토어는 친환경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극도로 미니멀한 유리벽과 날렵한 지붕을 선보인다. 그 결과, 매장 앞에 서 있으면 이곳이 공터인지 광장인지 헷갈리고, 내부에 들어서면 상품 매장인지 박물관인지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 착각의 순간이 바로 애플스토어가 설계한 경험이다. 또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는 '환대'가 느껴진다. 손님을 빨리 들이고 빨리 내보내는 대신, 오래 머물도록 허락하는 태도. 판매보다 체험을 앞세우는 배치. 처음엔 고도의 마케팅 전략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 의심은 누그러진다. 소비자에게 다시 도시와 공간을 돌려주고 있다는 인상이 남기 때문이다. '애플스토어에 가면 왜 기분이 좋을까'는 애플을 찬양하는 책도, 건축 이론서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공간을 다시 보게 만드는 안내서에 가깝다. 책을 덮고 애플 스토어에 가게되면 익숙하다고 믿었던 유리벽과 천장, 계단과 광장이 갑자기 다르게 보인다. 다음에 애플스토어에 발을 들일 때, 우리는 최신형 제품보다 먼저 공간과 위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158쪽, 1만5천원.
2025-12-25 12:28:57
변승희 한국춤 연구회 공연 '춤의 흔적, 삶의 자취' 26일 공연
전통춤의 궤적을 돌아보는 무대가 연말 대구에서 펼쳐진다. 가 오는 12월 26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전통춤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삶의 기록'으로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대는 개인의 삶과 예술적 여정 속에 남겨진 춤의 흔적을 따라가며, 한국춤이 지닌 미학과 정신을 다시 짚는다. 해설은 양종승 한국무용평론관장이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무대에는 변승희 한국춤 연구회 소속 무용수들을 비롯해, 춤사람(D&Soul)의 김감용·지영숙·김미화·장은숙·서지연 등이 함께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몸과 해석으로 전통춤의 결을 풀어내며, 한 흐름 안에서 한국춤의 현재를 보여줄 예정이다. 음악 역시 공연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장구·박종식, 대금·김은경, 거문고·김지혜, 해금·조민수, 타악·박성규, 아쟁·이서준 등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참여해 춤과 긴밀하게 호흡한다. 피리와 태평소는 안도영이 맡아 무대의 밀도를 더한다. 춤과 음악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호흡하는 전통 공연의 미덕을 살린 구성이다. 변승희는 대구를 기반으로 수십 년간 한국춤의 전승과 창작에 힘써온 무용가로, 지역 무형유산과 전통예술 교육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이번 공연은 그의 오랜 예술적 행보를 되짚는 동시에, 다음 세대와 전통춤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무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지역에서 활동해 온 무용가와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춤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도권 중심의 공연 흐름 속에서 지역 전통예술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대구 지역 한국춤의 맥을 잇는 중요한 공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석 2만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문의 010-8311-0178.
2025-12-25 12:24:45
베이스바리톤 김성동 귀국 독창회,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베이스바리톤 김성동의 귀국 독창회가 오는 12월 28일(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해 온 김성동이 귀국 후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그의 음악 여정을 집약한 성악 독주회다. 이번 공연은 영남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동문회가 주관한다. 김성동은 영남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뒤 독일 로스토크 국립음대에서 오페라 및 성악을 전공했다. 이후 독일과 유럽 각지에서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에 오르며 실력을 쌓았으며,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모차르트 '마술피리', 푸치니 '라 보엠',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활동했다. 이번 독창회 프로그램은 하이든과 슈베르트의 가곡으로 문을 열어, 슈만과 볼프의 독일 가곡, 드뷔시의 프랑스 가곡,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아 작품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고전에서 낭만, 후기 낭만에 이르는 작품들을 통해 베이스바리톤의 깊은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시에 곡을 붙인 볼프의 가곡과 드뷔시의 서정적인 작품들은 김성동의 성숙한 해석을 기대하게 한다. 언어와 음악적 양식이 서로 다른 곡들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며, 성악가로서의 해석 폭과 음악적 균형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반주는 피아니스트 오재민이 맡는다. 오재민은 독일에서 성악 반주와 가곡 연주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으며, 가곡과 오페라 레퍼토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국내외 무대에서 성악 반주자로 꾸준히 활동하며, 언어와 스타일이 서로 다른 작품들을 섬세하게 뒷받침하는 연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독일 가곡을 비롯해 프랑스와 러시아 작품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을 함께 소화하며, 성악과 피아노가 긴밀하게 호흡하는 가곡 무대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전석 초대석, 7세 이상 관람가, 문의 010-6552-0990.
2025-12-25 11:56:11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는 세상을 배운다. 그러나 방서현 작가의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에서 초등학교는 결코 평등의 공간이 아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달동네로 불리는 산동네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초등학생이다. 학교 교실에서서 아이들은 부모의 재산과 생활환경을 기준으로 서로를 '똥수저·흙수저·은수저·금수저'라 부른다. 소설 속 동네들은 실제 지명 대신 '수저'로만 불리며, 계급이 곧 공간이 되는 서울의 구조를 상징한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이러한 구분을 더욱 노골화한다. '우리 집 아빠 차 소개하기' 같은 과제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가정 형편을 비교하고 교실은 서열이 작동하는 장소로 변한다. 아이들은 낮은 서열의 아이를 무시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배운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의 죽음 이후, '나'의 세계는 더욱 좁아진다. 서울을 떠난다 해도 또 다른 서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자각 속에서, 소설은 계급 이동이 봉쇄된 사회의 현실을 조용히 응시한다. 저자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불평등이 마치 당연한 질서처럼 유지되는 도시의 얼굴이 담담하게 그린다. 이 책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서울의 초상을 통해, 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세계를 건네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244쪽, 1만6천원.
2025-12-24 16:54:32
말이 멈춘 자리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감정이 있다. 박상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는 언어와 침묵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며, 소리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가장 예민한 순간들을 시로 포착한 작품집이다. 이번 시집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감각과 소통의 방식에 주목하며, '소리'와 '침묵'을 시의 주요한 모티프로 삼는다. 저자는 전해지지 않은 것, 들리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소통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언어와 묵음의 경계에 놓인 순간들을 시로 기록한다. 저자는 청력 상실이라는 개인적 체험을 언어의 층위로 옮겨, 들리지 않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과 존재의 파장을 시로 형상화한다.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청음' 등의 작품에서는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오히려 더 예민해진 감각이 잔물결처럼 일렁인다. 저자에게 소리는 단순한 청각적 현상이 아니라, 대상과 세계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며, 동시에 침묵의 다른 이름이다. 시집에 수록된 51편의 시는 사물과 풍경, 인간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통해 '소통'과 '관계'라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룬다. 말로 다 전달되지 않는 감정과 상황을 어떻게 언어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시 전반을 관통한다. 132쪽, 1만2천원.
2025-12-24 16:54:21
[성탄 축하 메시지]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책임·배려 회복될 때 대구 더 단단해질 것"
사랑하는 교구민, 대구 경북 시민 도민 여러분,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성탄은 한 생명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을 넘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묻고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작은 빛 하나가 더욱 또렷이 보이듯, 성탄은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던 존엄과 연대의 가치를 조용히 밝혀 줍니다. 누구도 홀로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 삶이 흔들릴 때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이 날에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성탄은 우리 사회에도 조용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책임 있게 말하고 행동해 왔는지, 갈등과 어려움 앞에서 혐오와 단절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를 선택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공동체는 거창한 구호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려는 작은 결단으로 다시 세워집니다. 성탄은 바로 그 시작을 우리에게 요청합니다. 특히 이 시기는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성찰하게 합니다. 젊은이들은 아직 미완의 존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존엄한 삶의 주인공입니다. 그들의 불안과 희망에 귀 기울이고, 함께 길을 찾으려는 마음이야말로 성탄의 정신을 오늘에 살아 있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교구민과 대구 경북 시민 도민 여러분, 성탄이 여러분의 일상 속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서로를 향한 책임과 배려가 회복될 때, 이 도시는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작은 빛이 되어 주십시오. 그 빛들이 모여 대구의 내일을 밝히게 될 것입니다. 성탄의 평화와 새로움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이 도시 위에 가득 머물기를 기원합니다. 성탄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5-12-24 13:46:11
[성탄 축하 메시지] 최성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성탄절에 대구땅에 주님의 샬롬이 충만하길"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누가복음 2장 14절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메리 크리스마스! 천사들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하늘에는 영광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으로 시작된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인간을 고통과 사망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아기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인류를 죄에서 구원해 주십니다. 예기치 않은 폭풍과도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 예수님은 여러분의 구원자가 되십니다. 그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시기 바랍니다. 천사들은 땅에서 평화를 노래했습니다. 인류는 탄생 이래로 집단 간의 분쟁을 멈춘 적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인류 3천500년 역사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불과 270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세상은 전쟁 중입니다. 전쟁을 멈추는 방법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구약성경 이사야 선지자는 예수님을 '평강의 왕'으로 예언했습니다. 그분이 다스리는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는 예언이 성취될 것입니다. 이는 무력에 의한 강요된 평화가 아닌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완전한 평화를 의미합니다. 이번 성탄절에 대구 땅에 주님의 샬롬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이 축복의 메시지가 여러분의 삶 속에서 항상 노래처럼 흐르기를 기도합니다.
2025-12-24 13:45:43
[주말&] 문화부 기자들이 마음대로 뽑은 '2025년 베스트 어워드'
〈strong〉"올해 어떤 작품이 제일 좋았어요?"〈/strong〉 연말이 되면 으레 이런 질문을 받는다. 취재로, 마감으로 한 해를 보낸 문화부 기자에게 이 질문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너무 많이 봤고, 너무 많이 읽었고, 또 너무 많이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떤 한 문장 앞에서 눈길이 멈췄고, 어떤 화면에 사로잡혔으며, 어떤 무대에서는 우리의 전통이 마음에 울리는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됐다. 주말앤 팀 세 명의 기자가 '올해의 작품'을 골라보기로 했다. 비교도, 순위도 없다. 그저 한 해가 끝날 무렵까지 마음에 남아 있던 것 하나씩을 꺼내놓았다. 그렇게 골라온 각 세 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올해의 책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이연정 기자 2022년 1월, 문화부로 발령 받아 미술을 맡게 됐을 때다. 전임 선배의 추천으로 (내가 읽어본 책 중 가장 두꺼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사서 (내가 관심 있는 부분만 골라) 읽었더랬다.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이 한 권이 많은 도움이 된 반면, 대체 한국미술사는 왜 이렇게 책 종류도 많고, 어렵고, 방대하게 느껴지는지. 그래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필생의 과업"이라고 한 이 책을 펴냈을 때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특히 K-컬처가 세계의 중심에 떠오른 올해,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역사를 비교적 읽기 쉽게 한 권에 담은 이 책이 속성으로(?) 교양과 상식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안녕이라 그랬어〉-김세연 기자 올해 문화부에서 문학을 맡게 되면서, 좀처럼 몸에 베이지 않던 독서 습관을 되살려 준 책이다. 단편 소설은 정들다 헤어지는 느낌이라 피했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상황에 몰입해 공감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많아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표제작 '안녕이라 그랬어'와 '좋은 이웃'이 인상 깊었다. 읽는 동안 감정에 깊이 빠지기보다는 "아, 이런 상황이면 나도 이랬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이 책은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하며 사람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첫 여름, 완주〉-최현정 기자 책판을 돌아가며 쓰면서 한 달에 1~2권씩 꾸준히 책을 읽게 된다. 그 덕에 '혼모노', '자몽살구클럽'처럼 보물 같은 소설들을 발견한 가운데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를 올해의 책으로 꼽고 싶다. 작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을 염두에 두고 반 희곡 형태로 쓰여 살아있는 대사의 말맛과 여름 풍경의 마을이 펼쳐지는 재미를 더한다. 많이 지친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누군가를 통해 기운을 얻고, 계속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올 한 해 각자의 '완주'를 마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의 영화 ▶〈남극의 쉐프〉-이연정 기자 최근 화제가 된 OTT 속 드라마·영화에는 대부분 마약과 폭력, 욕설, 살인이 필수로 등장한다. 보다가 피로해져서 꺼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내게 남극의 쉐프는 그야말로 '힐링 영화'였다. 2010년 개봉한 이 일본 영화는 남극 돔 후지 기지에서 살아가는 대원 8명의 소소한 얘기를 담고 있다. 강추위와 고된 작업 속에서 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조리 담당자의 맛있는 음식. 일본 가정식부터 화려한 만찬까지, 착착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원 각자의 삶 얘기가 주는 웃음과 눈물은 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카모메식당'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콘클라베〉-김세연 기자 개봉 직후 심야영화로 보러 갔는데, 솔직히 졸릴까봐 걱정했다. '콘클라베'는 신부님 이야기, 정적인 회의실, 단조로운 화면까지 졸릴 요소는 충분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새로운 교황을 뽑기 위한 밀실 안에서는 권력과 의심, 계산이 숨 가쁘게 오갔고,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휘몰아쳤다. 특히 공정할 것이라 믿어온 신부님들이 조직의 논리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영화가 파고드는 것은 '누가 선택되는가'가 아니라 '조직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다. 신앙과 양심의 이름 아래 진행되는 선택들이 과연 얼마나 투명한지, 그 질문이 마지막까지 따라붙는다. 종교 영화가 아니라, 공정과 의사결정을 다룬 가장 세속적인 스릴러처럼 느껴졌다. ▶〈F1 더 무비〉-최현정 기자 올해 기자에게 새로운 취미에 눈을 뜨게 해준 'F1 더 무비'를 올해의 영화로 뽑아본다. 브래드 피트가 한물간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 역을 맡아 다시 서킷에 복귀해 최하위권에 있는 팀을 성장시키는 이야기를 그렸다. 압도적인 속도감,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모터스포츠 산업의 세계, 동료애 여기에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더해져 좋았고 한때 속도를 잃은 인물이 다시 달릴 이유를 찾는 과정이 깊게 와닿았다. 올해 이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563만9천여 명을 모으며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기자처럼 이 영화로 F1 스포츠에 입문하게 된 사람들은 실제 레이스를 챙겨보고, 각 팀의 역사, 피트 운영 전략, 드라이버들의 개성과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알게 됐다. ◆올해의 전시, 공연, 연극 ▶〈국립경주박물관 '신라금관, 권력과 위신'〉-이연정 기자 전시 개막 전 언론공개회에 참석할 때 "아, 다시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전시가 간혹 있다. 전시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람이 너무 몰릴 것 같은 예감에서다.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론 뮤익전'과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금관전'이 그랬고, 실제로 개막 이후 오픈런할 정도의 인기로 인해 쉽게 볼 수 없는 전시가 됐다. 당시 언론공개회에서 넋을 놓고 금관을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100년 만에 모인 6점의 금관들은 생각보다 더 화려하게 반짝였고, 그 빛이 품은 천 년의 역사를 생각하니 아득해졌다. 다시 보고 싶지만 아직도 열기가 뜨거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아무튼 신라금관전은 올해의 전시가 아니라 아마 인생의 전시가 될 듯 싶다. ▶〈대구시립국악단 '국악 파티: 열두마디'〉-김세연 기자 "국악이 이렇게 힙(Hip)했다니" 솔직히 말해 그동안 문화생활이랍시고 클래식 오케스트라만 보러 다녔지, 정작 우리 것인 국악 공연은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12월 크리스마스 선물같이 만나 무대가 바로 이 공연이었다. 국악 공연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멜로디가 가야금과 해금, 대금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귀가 먼저 멈칫했다. 익숙한 선율인데 이상하게 더 따뜻하고 더 예쁘게 들렸다. 이어 래퍼까지 등장해 국악 선율 위로 랩을 얹자 공연장은 말 그대로 '국악 파티'가 됐다. 올해 유독 많은 공연을 봤지만, 끝나고 나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든 무대는 많지 않았다. 이 무대에서 국악은 '보존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놀 수 있는 것'에 가깝다. 그 거리감의 변화가 인상 깊었다. ▶〈극단 헛짓 '혜영에게'〉-최현정 기자 올해도 많은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문화부에 있으면서 다양한 공연을 접할 수 있는 한 해였다. 하나의 공연이 펼쳐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들이 있기에, 어느 작품 하나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가을 관람한 극단 헛짓의 '혜영에게'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가 '선의'라고 믿는 행동이 과연 타인에게도 선의일 수 있을까. 너무 쉽게 판단이 이뤄지는 시대에 잠시 멈춰 생각할 지점을 남긴 연극이었다. 극의 연출 방식 또한 음악, 무대장치도 최소한으로만 했다. 무대 중앙에 놓인 노란 천과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가 겨울의 눈을 밟는 감각을 대신한다. 그것만으로도 서정성을 잃지 않으면서 강한 흡입력을 만들어냈다. 여러 호평과 함께 올해 '혜영에게'는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 지역팀으로 유일하게 참가해 3관왕을 수상하는 경사를 더했다.
2025-12-24 11:08:58
대구오페라하우스, 2026년 상반기 '라 보엠·나비부인·리골레토' 선보인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내외 오페라 발전과 교류를 바탕으로 국내 유일 오페라 제작극장으로서 역할에 집중하며 오는 2026년 상반기 기획 오페라를 공개했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세계 무대를 향한 다양한 공연과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상반기 공연은 1월과 3월에 각각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과 '나비부인'을 차례로 선보이고, 4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중국국가대극원의 공동제작, 배급을 통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공연한다. 이후 5월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본격적인 공연장 무대 시설 리모델링에 착수하며 더 나은 공연 현장을 위한 무대 시설 시스템의 최신화를 구축할 예정이다. 오는 1월 30일(금)과 31일(토) 양일간 펼쳐지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은 2026년의 첫 번째 공연으로, 달구벌의 대구와 빛고을의 광주를 잇는 달빛동맹 교류의 결실로서 의미가 깊다. 두 지역 간 문화예술, 산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과 연대를 이어가는 교류의 현장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이번 공연을 통해 실현된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자체 제작 오페라인 '나비부인'이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2025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 받은 작품으로, 현지 관객들의 호평과 찬사가 쏟아진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선보이며 앵콜 공연한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직접 제작한 공연으로 가수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호소력 있는 창법, 무대 연출 등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공연은 3월 27일(금)과 28일(토)에 각각 1회씩, 총 2회차 진행된다. 상반기 마지막 작품은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다. 이번 공연은 4월 24일(금). 25일(토) 양일간 진행되며 '2027년 한·중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중국 국가대극원의 공동제작, 공동배급으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함께 공동제작 및 배급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번 공연은 2026년 4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첫 공연을 올리고, 9월에는 북경에 있는 중국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리골레토'는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분노와 복수, 권력과 부성애가 뒤엉킨 비극적 사랑을 담은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주제를 다루어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2026년 5월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장 시설 리모델링을 앞두고 관객들과 만나는 작품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중국 국가대극원의 수준 높은 오페라 제작 무대가 될 것이다. 이어 하반기에 있을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야외 오페라를 시작으로, 지역 내 공연장들과 협력하여 폭 넓고,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 053-430-7471.
2025-12-23 17:10:47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사)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주관한 2025년 연말 유공 표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대상'을 수상했다. 먼저 2025년 연말 유공 표창은 전국 지역문화재단을 대상으로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 귀감이 되는 우수 문화재단을 선정하는 상이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단년도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정책을 기획·운영해 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했다. 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2025년 지역 중심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지원사업은 지역 대표 예술가 및 단체가 기업 간 후원 결연에 대한 사회적 시상으로,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올해 처음 시행된 사업이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어울아트센터의 상주단체인 '전통하는 요즘 사람들, 트래덜반'과 '시지탑치과' 병원을 매칭하고,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예혼무용단'과 '(주)재욱강업'을 매칭해 두 문화예술단체가 각각 2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사례를 통해 행복북구문화재단은 '대한민국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대상' '기관 우수사례 대상'으로 선정돼 1천만 원의 시상금을 받았다.
2025-12-23 11:16:30
경북대·영남대·계명대 도서관 대출 1위는 한강 '소년이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들에 대한 열풍은 대구 대학들의 도서 대출에서도 확인됐다. 경북대·영남대·계명대 등 대구권 주요 3개 대학 도서관의 2025년 대출 도서를 분석한 결과, 한강의 작품들이 세 대학 모두에서 최상위권을 휩쓸며 대학생 독서 경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2025년 한해간 대출 도서 순위를 살펴보면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3개 대학 모두에서 1위에 오르며 독보적인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또한 경북대 2위, 영남대 3위, 계명대 7위에 올랐고,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영남대에서 4위를 기록하며 노벨 문학상 이후에도 한강 작품 전반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한국소설들도 3개 대학에서 고르게 순위권에 오르며 한국문학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양귀자의 소설 '모순'은 3개 대학 모두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경북대 3위, 영남대 2위, 계명대 6위에 오르며 대학생 독자층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 정대건의 '급류' 등도 상위권에 자리했다. 이같은 경향은 최근 확산되는 '텍스트 힙'(text hip·글쓰기의 미적·감각적 소비 문화가 2030세대 사이에서 확산하는 현상)' 트렌드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강의 작품이나 '모순'처럼 이미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소설들이 반복적으로 선택된 점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독서가 취향과 감수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북대 재학생인 A(22세) 씨는 '급류'가 올해 대출한 책 중 가장 재미있었다고 꼽으며 "독서가 일종의 유행이 된 것 같다. 구병모, 정유정 작가는 하나의 트렌드"라며 "유행하는 책을 읽으면 도파민이 나온다. 책 값이 부담이 돼 도서관 대출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별로는 독서 취향의 결은 다소 달랐다. 경북대는 '토지', '구의 증명' 등 한국문학의 고전과 현대 대표작이 함께 순위에 오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중국 SF 소설 '삼체'와 재미교포 작가의 대하소설 '파친코'가 상위권에 포함되며 해외 서사 문학에 대한 관심도 엿보였다. 영남대의 경우 문학과 더불어 사회·경제 분야 교양서가 눈에 띄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등 불평등과 분배, 사회 구조를 다룬 책들이 중상위권에 오르며 현실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독서 경향을 보였다. 계명대는 인공지능과 환경, 고전 문학으로 독서 폭이 확장된 모습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일상 속에서 풀어낸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이 2위를 차지했고,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침묵의 봄'이 8위에 올랐다. 또한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무정'과 해외 문학 작품 '벨킨 이야기'가 함께 순위에 들며 다층적인 독서 취향을 드러냈다. 이번 대출 순위는 지역 대학생들의 독서 지형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읽힌다. 전반적으로 대구권 대학생들의 독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한국소설을 중심에 두면서도, 사회 문제·과학기술·환경 등 동시대적 이슈로 관심이 확장되는 흐름을 보였다.
2025-12-23 11:08:39
대구시향이 전하는 새해의 기쁨…'2026 신년음악회' 개최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새해 첫 무대로 '2026 신년음악회'를 오는 1월 9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폴카와 왈츠 등 빈 신년음악회 전통을 잇는 동시에 화려한 마림바 협연,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까지 새해의 설렘과 축제 분위기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담았다. 지휘는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맡고, 타악기 연주자 심선민이 마림바 독주를 펼친다. 먼저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으로 새해 첫 공연의 문을 연다. 파티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며 펼치는 대소동을 그린 '박쥐'의 주요 선율을 빠르고 경쾌하게 엮은 곡이다. 이어지는 '천둥과 번개 폴카'는 신나는 폴카 리듬에 타악기의 힘을 더해, 천둥의 울림과 번개의 번쩍임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유쾌한 에너지를 전한다. '술, 여인, 노래 왈츠'는 삶의 기쁨과 환희를 경쾌하게 노래한 왈츠로, 빈 사교 문화의 화려함과 낙천성이 담겨 있다. 이어 '사냥 폴카'는 관악기의 사냥 신호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음색으로 활기찬 사냥터의 풍경을 묘사하며, 청중에게 몰입감을 안겨준다. 슈트라우스 2세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다. 오스트리아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곡은 빈 신년음악회에서 매년 연주되는 대표 레퍼토리다. 잔잔한 서주 뒤 펼쳐지는 우아한 왈츠 선율은 도나우강의 흐름과 도시의 풍경을 연상시키며, 평온과 희망의 새해 인사를 건넨다. 공연 중반에는 주페의 오페레타 '시인과 농부' 서곡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서정적인 첼로 선율로 시작해 활기찬 행진곡풍으로 전개되며, 금관과 현악의 화려한 조화가 생동감을 더한다. 이어 퍼쿠셔니스트 심선민이 마림바 협연자로 무대에 올라 몬티의 '차르다시'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들려준다. '차르다시'는 원래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느린 서주에서 점차 고조돼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마림바의 투명하고 단단한 음색이 이를 더욱 새롭게 표현하며, 곡 특유의 리듬과 극적 긴장을 색다르게 전달한다. '죽음의 무도' 역시 원래 관현악곡이지만, 마림바 솔로를 통해 선명하고 정교하게 표현한다. 심선민은 2001년 폴란드 국제 현대음악 콩쿠르 솔로 1위 및 전체 대상 수상으로 한국인 최초 기록을 세웠으며, 다수의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대학원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수석으로 마쳤으며, 세계 20여 개국에 초청받아 협연했다. 현재 국립강원대학교 교수이자 콜베르크 퍼커션 아티스트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공연의 피날레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다. 고요한 도입부 이후 전쟁과 승리의 순간을 웅장하게 묘사하며, 금관의 팡파르, 강렬한 타악기,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대포음 등이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실내 공연장인 점을 고려해 대구시향만의 방식으로 대포음 효과를 구현하며, 힘차고 장엄한 마무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R석 3만 원, S석 1만 6천 원, H석 1만 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문의 053-430-7765.
2025-12-23 10:16:54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계의 전 방위적 관찰과 고민을 통한 건실한 담론 양상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담론지 '함지' 9호를 22일 발행했다. '함지'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기록하고 동시대 예술인들의 삶을 담아내는 사료적 가치를 가진 지역 유일의 문화예술담론지로, 2020년 9월 창간 이후 꾸준한 발간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담론의 축적과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책의 총 4가지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 '시대를 담다'에서는 K-컬처와 뉴노멀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문화 지형을 조명한다. 'K-컬처: 문화의 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는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한국 문화의 성장 과정을 짚었고, 김희원(오묘)은 한복을 중심으로 한 K-패션의 확장 가능성을 소개했다. 이어 서병로 건국대 교수는 K-푸드의 세계화 흐름을,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원장은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했다. '뉴노멀: 변화의 시대'에서는 김재인 철학자가 '취향 지능'이라는 새로운 시대 감각을 제시했으며, 김은경 영남일보 기자는 영상 중심 콘텐츠 환경 변화를 분석했다. 임동욱 대구대 겸임교수는 디지털 외로움을,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이머시브 공연 등 새로운 공연 예술의 흐름을 다뤘다. 두 번째 세션 '기억을 담다'에서는 김영동 미술평론가가 대구 서양화의 개척자 서동진(1900~1970)의 삶과 예술 세계를 통해 지역 미술사의 형성과 흐름을 되짚는다. 세 번째 세션 '북구를 담다'는 지역 정체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태형 매일신문 아카이빙센터장은 북구의 산업화 역사와 의미를 살폈고,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학회 회장은 도시 북구를 형성해 온 건축과 문화적 맥락을 조명했다. 마지막 '더하다' 세션에는 지난 11월 21일 열린 문화예술포럼 '문화예술과 로컬리즘'의 주요 내용이 수록됐다. 박상언 전 청주문화재단 대표가 좌장을 맡아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지역 문화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한편 '함지'는 연 1회 발간되며, 구독 희망자에 한해 무료로 배포된다. 어울아트센터와 북구 구립도서관 등에 비치되며,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2025-12-22 17:46:07
대구원로음악가회, '제1회 대구음악예술인상' 시상식 개최
대구원로음악가회는 대구 음악계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1회 대구음악예술인상 시상식'을 오는 12월 26일(금) 오후 3시 한영아트센터 안암홀에서 개최한다. 대구음악예술인상은 대구음악예술인상 운영규정에 따라 지역 음악계의 공로와 기여도가 큰 음악가를 발굴·조명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됐다. 각 부문별 전문가 추천을 바탕으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수상자는 기관단체 부문에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성악 부문에 김은주 대구가톨릭대학교 음악과 교수, 현악 부문에 박은지 디오오케스트라 대표, 피아노 부문에 김성연 계명대 및 동 대학원 출강 강사 등 4명이다. 시상식은 연주회와 함께 진행된다. 축하 연주로는 에어로폰 앙상블 메타톤의 무대가 마련되며, 수상자 및 초청 연주자들이 피아노 독주, 바이올린 독주, 성악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원로음악가회는 내년에도 대구음악예술인상 시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만 40~60세 음악인을 대상으로 성악(남), 작곡, 목·금관, 기관단체 부문에 대해 각 전문 단체의 추천을 받아 11월 후보를 접수하고, 12월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2025-12-22 14:44:22
수필사랑문학회, 경주 주상절리서 제122차 '수필산책' 진행
수필사랑문학회는 지난 20일 경주 양남 주상절리 일원에서 제122차 '수필산책'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회원 24명이 참여해 수필 창작을 위한 소재를 발굴하고 회원 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수필산책은 격월로 열리는 수필사랑문학회의 정기 행사로, 현장 체험을 통해 창작 아이디어를 나누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타고 울산 태화강역으로 이동한 뒤 관광버스를 이용해 주상절리로 향했다. 이후 출렁다리를 건너 읍천항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 풍경을 감상하고, 수필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모임을 이끈 정충양 수필가는 "수필사랑문학회가 매월 두 차례 이상 활발한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회원들이 가까운 유적지와 관광지를 직접 찾아 창작 소재를 발굴하려는 꾸준한 노력 덕분"이라며 "이 같은 현장 중심의 활동이 작품 창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25-12-22 14:08:43
대구시인협회, 2025 송년문학제 개최…협회상·젊은시인상 시상
대구시인협회는 을사년 한 해를 결산하는 '2025 송년문학제'를 지난 19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하청호 대구문학관 관장, 이기철 영남대 명예교수, 이하석 전 대구문학관 관장을 비롯해 회원 11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제35회 대구시인협회상과 제2회 젊은시인상 시상식, 연간 사화집 '대구의 시'와 앤솔로지 '대구의 시인들' 출판기념회가 함께 열렸다. 1부 시상식에서 제35회 대구시인협회상은 시집 '우리는 서로에게 닿을까 봐'를 펴낸 이향 시인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장 이하석 시인은 "대척과 대립을 넘어 소통하며, 서로를 향한 사랑의 몸짓으로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향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삶이 남아 있는 한, 언어 안에서 더 잘 실패하기 위해 막막함을 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문단의 미래 인재 발굴을 위해 제정된 제2회 젊은시인상은 2023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이은우 시인과 장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박만성 시인이 공동 수상했다. 2부에서는 송년문학제에 맞춰 발간된 앤솔로지 '대구의 시인들'과 연간 사화집 '대구의 시'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대구의 시인들'은 2022년 4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시협 카페와 매일신문을 통해 매주 소개된 작품 가운데 204편의 대표시와 시작 노트를 엮은 책이다. '대구의 시'에는 대구시인협회상·젊은시인상 수상 특집을 비롯해 대구를 빛낸 시인들 특집, 작고 시인 추모 특집, 신입 회원 특집, 회원 신작시 등이 수록됐다. 장하빈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소설가 이병주의 말을 인용해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며 "시인들이 더욱 낮은 자세로 그늘진 곳을 바라보며 '시로, 서로, 새로' 함께 꿈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12-22 10:17:18
북구립도서관, 2026년 겨울 독서교실·도서관학교 운영
북구립도서관(구수산·대현·태전·서변숲)은 겨울방학을 맞이해 오는 1월 6일(화)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2026년 '겨울 독서교실·도서관학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지원하고 북구립도서관이 운영하는 '겨울 독서교실'은 마술, 우주과학, K-문화, 미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구수산·대현·서변숲도서관은 1월 6일(화)부터 1월 9일(금)까지 4일간 운영하며, 태전도서관은 1월 13일(화)부터 1월 16일(금)까지 4일간 운영한다. 독서교실 참가자 중 우수 학생에게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상을 수여한다. '겨울 도서관학교'는 1월 13일(화)부터 16일(금)까지 운영하며, 초등학생의 창의·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구수산도서관은 '가드닝 북클래스' 등 5개 강좌, 대현도서관은 '창의 사고력 보드게임' 등 4개 강좌, ▲태전도서관은 '와글와글 신기한 과학 실험실' 등 4개 강좌, 서변숲도서관은 '조선 속으로 쏙! 어린이 역사탐험대' 등 6개 강좌를 운영한다. 참여 희망자는 12월 23일(화)부터 각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조하면된다. 문의 구수산도서관 053-320-5157, 대현도서관053-320-5174, 태전도서관053-320-5184, 서변숲도서관053-320-3805.
2025-12-22 09:44:54
'대구=뮤지컬 도시' 이젠 옛말…부산 공연시장에 점점 밀린다
한때 수도권 이남에서 최고라 평가받던 대구의 공연 인프라 및 시장이 부산에 갈수록 밀리면서 지역 공연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5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부산이 공연 분야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대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구는 3분기 총 376건(1천712회)으로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개최했지만, 티켓 예매수와 판매액은 각각 24만8천324매, 118억7천697만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보다 약 10% 감소한 판매액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부산의 3분기 티켓 예매수는 50만818매, 판매액 510억1천439만9천원(전년 동기 대비 146% 상승)으로 대구의 4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뮤지컬 '알라딘', '태양의 서커스, 쿠자',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 굵직한 행사들의 영향이 컸다. 특히 뮤지컬 분야에서는 부산과의 격차가 가속화되면서 '대구=뮤지컬 도시'라는 이미지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구와 부산이 뮤지컬 분야에서 2파전을 벌여왔지만, 판매액을 놓고 보면 대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1천727석의 대규모 좌석을 지닌 드림씨어터와 올해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부산이 대형 공연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면서 관객 유입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이 최신 공연 인프라와 함께 잠재 관객이 많아보니 대형 공연을 유치하는 데 있어 대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대구 공연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작품이 부산 드림씨어터 등에서 연달아 공연되면서 주변 지역 관객들을 흡수한 결과"라며 "대구의 경우 ▷공연 인프라 확대 실패 ▷문화예산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산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12-21 14:46:47
[2025 대구 문화계 결산] <상>오페라·클래식·뮤지컬 해외 존재감…'비수도권 최대 공연시장'은 숙제
〈em〉〈strong〉지속되는 경기 침체 및 예산 삭감 등 여러 힘든 여건 속에서도 올해 대구 문화계는 힘차게 한 해를 달려왔다. K-컬처 열풍 속 세계 곳곳에서 대구의 이름을 알렸고 국제적인 축제들을 개최하며 위상을 확고히 했다. 다만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출범 4년 차, 조직 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부산과의 문화인프라 격차가 본격화하는 등 위기도 적잖았다. 한 해를 돌아보며 3편에 걸쳐 대구 문화계를 돌아본다.〈/strong〉〈/em〉 〈em〉〈strong〉상) 내실 다졌던 공연계 〈/strong〉〈/em〉 올해 공연계는 '국제성'과 '지속성'을 키워드로 안정적인 관객 기반과 해외 교류 실적을 쌓으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비수도권 최대 공연 도시를 놓고 경쟁해온 부산이 드림씨어터와 부산콘서트홀을 앞세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두 도시 간 공연시장 격차는 한층 벌어지는 양상이다. ◆점유율로 증명한 대구 축제 지난 9월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44일간 진행된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메인 오페라 4편 '일 트로바토레',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비롯해 창·제작 콘체르탄테 '미인', 한·일·중 갈라 콘서트까지 모두 6건 11차례의 메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축제 기간 누적 관객 수는 2만3천여 명에 달했으며 객석 점유율은 83%를 기록하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안정적인 관객 기반을 갖춘 축제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했다. 상반기에는 제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6월 20일부터 7월 7일까지 18일간의 여정과 함께 평균 객석점유율 64%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관객 유입을 이끌어냈다. 역대 최다 30편의 작품들로 관객들과 만났으며, 올해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으로 국내 창작지원작이 특히 주목받으며 점유율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중 '시디스: 잊혀질 권리'는 89.48%의 객석점유율로 특별공연, 무료 상영 공연을 제외하고 전체 작품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주최한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이 국제 무대와의 연결성을 한층 강화했다. 9월 19일부터 11월 19일까지 이어진 이번 페스티벌에는 해외 오케스트라 6개 단체와 국내 오케스트라 10개 단체 등 총 16개 팀이 참여해 17회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국제협력 성과 풍성한 한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아 자체 제작 오페라를 선보였다. 이번 초청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에스토니아 국립극장 '에스티 콘서트'와의 교류를 기반으로 성사됐다. 지속적인 국제 협력의 결과물이 무대 위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윤이상의 '심청',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푸치니의 '나비부인' 등 전막 오페라 3편을 비롯해 대구시립국악단이 참여하는 국악 공연 '달구벌의 향, 취', 그리고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오페라 갈라 콘서트까지 총 5일간 5회의 무대를 준비했다. 이번 성과는 대구 공연예술이 교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수출과 협업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구시립교향악단도 지난 9월 대구콘서트하우스의 '2025 월드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인 재팬'을 통해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히로시마, 오사카에서 도시 순회공연을 가졌다. 일본 피아니스트 카네코 미유지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으로 문을 열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으로 끝을 맺었다. 도시별 공연장 음향과 맞물려 대곡의 구조가 이상적으로 연주되며, 현지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선사하는 등 깊은 감동을 표현했다. 이번 순회공연 역시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오사카 더 심포니홀이 체결한 클래식 전용극장 간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성사됐다. 수성아트피아와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간 문화예술 협약 일환으로 지역 출신 성악가 소프라노 우은빈과 베이스 이기현도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의 시즌 마지막 특별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은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공연을 마쳤다. 하지만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열리며 유사한 실적을 보이던 두 지역인 부산과 대구는 올해 부산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격차를 가속했다. 배경에는 1천727석의 대규모 좌석을 지닌 드림씨어터와 올해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부산이 대형 공연을 유치하고 관객 유입의 선순환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부산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지역 공연업계는 공연 인프라 확충 및 공연 활성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5-12-21 14:04:08
대구교도소는 지난 19일(금) 대강당에서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교향악단의 재능기부로 마련된 것으로, 수용자들에게 문화 예술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됐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클래식 명곡과 영화 OST 등 친숙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곡에 담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용자들은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후에는 대구교도소장이 지휘자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며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수연 대구교도소 소장은 "오늘의 선율이 수용자들의 마음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정서 회복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교도소는 앞으로도 지역문화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수용자 교정·교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5-12-19 16:20:19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부전시장서 '깜짝' 고구마 구매…"춥지 않으시냐, 힘내시라"
군위군, 민생안정지원금으로 주민 1인 당 54만원 지급키로
'윤석열 멘토' 신평 "지방선거 출마 권유 받아…고민 깊어"
'제1야당 대표 필리버스터 최초' 장동혁 "나라 건 도박 멈춰야"
李대통령 "해수장관 아쉽게 공석…후임은 가급적 부산서 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