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전 논술 문제

문: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과학적.종교적.예술적 인식 등 다양한 인식 차원이 동원된다. 과학적 방법에 대한 다음 제시문을 읽고 과학적 세계 인식의 특성을 정리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 방법의 가치와 한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인 예와 함께 논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1400자 ±100자)

답: 프란시스 베이컨은, 삼단 논법에 의한 추리가 법정이나 의회에서 반대자를 걸어 넘어뜨리는 데는 쓸모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거나 그것을 실제 문제의 해결에 적용하는 데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필요한 것은, 관찰된 사실에서시작하여 더 깊은 보편성을 찾아 주의깊게 천천히 올라가는 방법이며, 또한 그러한 보편화의 각 단계에서 예외를 신중하게 찾아 내면서 그원리를 시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실제로 그러한 예외가 발견된다면 원리의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원리 자체를 수정하여야 하는 것이다.그러한 과정을 '귀납'이라고 한다. 물론 베이컨도 잘 알고 있었겠지만, 사람들은 흔히 무의식 중에 체계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은 채로도 어느 정도는 이렇게 하고 있다. 베이컨이 한 일은, 그러한 추리 과정의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 분명하게 밝혀서 이를 미래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요컨대 그가 남긴 가장 큰 공헌은, 실험 결과가 실험 방법에 따라 부정되거나 확인될 수 있는 과학적 연구의 절차를공식화시킨 것이다. 그는 모든 보편화된 명제에 대하여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이와 함께 베이컨은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후천적으로 지니게 된 정신적인 결함들을 지적하였다. 사람들은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이 결함들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데, 베이컨은 이러한 결함들을 '우상(偶像)'이라는 기묘한 이름으로 불렀다.

예를 들어, 권위에 마음이 흐려져 어떤 유명한 사람이나 교파의 교리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베이컨은 '극장의 우상'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외에도 세 가지의 우상을 열거하고 있다. '종족의 우상'은 인류 전체에 공통된 사고 경향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거나 자신의 욕망과 관련되는 사실에는 관심을 갖지만, 그렇지 않은 사물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오해하는 경향을 지칭한다.

다음으로는 '시장의 우상'이 있다. 이것은 먼 조상 때부터 이어져 내려와 수많은 사람들이 지니게 된 그릇된 믿음이나 부정확한 관찰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마다 지니고 있는 특수한 기질이나 성장사의 개별적 환경 때문에 나타나는 개인적 착각들을 지시한다. - 브로드, '프란시스 베이컨의 철학'에서[나] 과학은 모든 전통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하였다.

즉, 과학은 단순하게 권위에 의해서 인정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진실로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오로지 실험과 검증을 거친 후에만 진실로 인정하겠다는 결심을 낳게 하였다. 중세 신학자들의 철학을 배척했던 베이컨, 세상의 오류나 미신(예를 들면, 두꺼비의 머리 속에는 보석이 들어 있다든가 코끼리의 발에는 관절이 없다든가 하는 것에 대한 믿음)을 폭로하는 긴 글을 썼던 브라운, 명백하고 확실한 무엇인가에 도달하기까지는 모든 것(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감각까지)을 의심하려고 결심하고 마침내 그것을 사고하는존재로서의 인간관으로까지 발전시킨 데카르트 등이 과학적 인식의 선구자들이었다.

그리하여 17세기의 주된 지적 과제는 오류에서 진실을, 허구에서사실을 식별해 내는 일이 되었다. 인간은 점차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며, 나아가 환희마저 느끼게 되었다. 우주는 더 이상 신비하거나 두려운 것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은 설명이나 이해가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혜성, 일식 및 월식도 이제는 재앙의 전조라고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으며, 마법은 어리석은 이야기의 하나가 되어 추방당했던 것이다. (중략)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과 의문이 일어나 널리 퍼져 있던 낙관론을 교란시켰다. 만약 우주가 물질로 된 기계적인 것이라면, 인간은 이 우주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인간은 지금까지 항상 자유 의사와 불멸의 영혼을 지닌 존재로 생각되어 왔는데, 이런 것은 결국 환상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예컨대, 홉즈 같은 사람은 영혼이 육체의 한 가지 기능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의지의 자유까지 부정했던 것이다.

더욱심각한 것은, 시와 종교 등 상상력과 관련된 작업이나 영적인 직관력 모두를 그릇된 것, 혹은 허구라고 해서 도외시하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난 것이었다.모든 실재하는 것은 수리 물리학에 의해서 운동하는 물질로 기술할 수 있고, 그렇게 기술할 수 없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 또는 아직 사실대로 설명되지않은 것일 뿐이었다. 시인과 사제들은 오랫동안 헛된 공상으로 우리를 속여 왔으며, 이제야말로 그들 대신에 과학자들이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수학적 명증성'에 접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시인은 헛소리를 할지도 모르며 사제는 우리들을 미혹시킬지도 모르는 존재가 되었다.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무시하고, 냉정한 이성과 산문적인 증명을 더 선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과학이 시의 목을 잘라 버렸다는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 배질 월리, '17세기의 과학'에서[다] 만일 무언가를 확신하고 싶다면, 우리는 대개 스스로 그것을 보거나 만져 보기를 바라고,그럴 수 없을 때에도 원한다면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과학이 입각하고 있는 사실적 자료의 대부분은 그러한 것, 즉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식이다.

만일 정말로 화성의 극관(極冠)이 희다거나, 꿀벌이 태양 광선의 기울기를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망원경을 보러 가거나 꿀벌을 연구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자료를 설명하는 것, 즉 과학 이론이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과학 철학자인 칼 포퍼가 말했듯이, 어떤과학 이론도 모든 경우에 확실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과학 이론을 통해 우리가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론이 현재의 실제 관측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완전하게 보편적인 이론이란 존재하지 않는데,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과학 이론이 확실히 옳다는 것은 결코 증명할수 없고, 다만 확실히 잘못되어 있는 것만을 증명할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과학 이론은 요컨대 '작업 가설'인 것이다. (중략)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확실성이란 것은 거의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유연성이나 공정성 같은 적극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는생각이 중요하다.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지극히 중요한데, 이는 관용의 초석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중략)

과학은 관찰, 실험, 이성 그리고 작업 가설을 가지고 종교처럼 이 신비로운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고자 한다. 과학 역시 어떤 신앙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신앙이란, 자연은 합리적이고 이해 가능한 세계이며, 게다가 자유로이 탐구함으로써 점차 이해의 정도를 높여 통제할 수 있다는것이다. 과학도 종교처럼 신비로운 세계를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조직화된 종교는 삶의 의미라는 입장에서 세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외경이라든가 존경,사랑, 선과 악이라는 관념으로 인간을 세계와 관련짓는다. 반면 과학은 개인적 견해에 치우치지 않는 지식, 즉 객관성을 지향하는 지식을 통해 세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은 합리적인 이해를 통해 인간을 이 경이로운 세계와 관련짓는다.

과학 종교를 조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기 전에 이해해 두어야 할 점은, 종교와 과학은 '경쟁자'도 아니고 '불구 대천의 원수'도 아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신비한 이 세계에 대해 우리의 경험이 의미를 부여하려면 그 양쪽이 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교도 과학도 '완전한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핸버리 브라운, '과학, 인간을 만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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