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가 과연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의 '저주'를 깰 수 있을까.
'예스터데이', '아유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한국 액션블록버스터의 흥행결과는 참혹했다.
어떤 이는 '쪽박의 파노라마'라고 했다.
'튜브'는 한국 최초로 지하철 액션영화를 내세운 작품이다.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로 개봉을 미뤘다가 이번에 선을 보였다.
전직 국가정보부 정예 요원 강기택(박상민)이 지하철을 탈취한다.
시속 140km로 달리는 지하철에 폭탄을 가득 장치하고 승객을 인질로 잡는다.
그리고 자기와 부하들을 제거하려던 정부 요인의 목숨과 맞바꾸자고 요구한다.
그러나 테러를 눈치채고 지하철에 올라탄 형사 장도준(김석훈) 때문에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강기택에겐 장도준의 애인을 죽인 원죄가 있다.
두 남자가 숙명의 대결을 펼치는 사이 평소 장도준을 사모하던 소매치기 송인경(배두나)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그녀가 강기택에게 인질로 잡힌 것이다.
이제 여자를 구하는 것과 지하철을 세우는 일, 모두 장도준 혼자 힘으로 해야 한다.
지하철은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향해 달리고, 영화는 극단적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일단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지하철의 엄청난 속도감과 지하라는 폐쇄공간의 공포감, 정교한 세트 등이 성공적이란 평이다.
전체 영화의 80% 분량이 지하철, 혹은 지하철 역사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60억에 달하는 제작비 대부분도 도심 지하 공간을 실감나게 재현하는 데 썼다.
그러나 '한쪽이 차면 한쪽이 빈다'는 말처럼 캐릭터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보인다.
지나치게 전형적이어서 생동감이 엿보이지 않는다.
박상민과 김석훈의 연기선은 지하철 노선처럼 요지부동이다.
엑스트라의 디테일한 묘사도 약하다.
이를 만회하는 것이 배두나의 연기다.
단점들이 엿보이지만 한국 관객에게 '튜브'는 잘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로 기억될 것이다.
김석훈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다 지하철에 매달리는 액션 장면은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벌어지는 대담한 총격 장면도 정교한 편이다.
'요란하고 신나는 오락 영화를 만들자'며 총 2천 500컷을 이어 붙인 '쉬리'의 조감독 출신 백운학 감독의 열정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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