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뜨는 특수목적고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사회적 논란까지 몰고 왔던 특목고의 자퇴·전학 사태가 잠잠해지는 반면 지원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 이는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입시에서 특목고 출신의 내신 불이익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습 환경이 일반고에 비해 좋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지역에서도 사설 학원의 특목고 대비반이 잇따라 개설돼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외국어고 2학년이 된 정모(18)군은 학기 초 한때 전학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다 보니 일반계 고교로 전학하면 내신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주변 얘기에 마음이 흔들린 것. 그러나 정군은 이내 생각을 접었다.

외고의 수업 분위기가 일반 학교에 비해 훨씬 좋았고 2005학년도부터 입시제도가 바뀌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정군은 "내신은 다소 불리할지 몰라도 수능을 잘 치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적성과 재능을 충분히 계발한다면 대학에 진학한 후 진로를 결정하는데 훨씬 유리할 것 같았다"고 했다.

정군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특수목적고를 떠나는 행렬은 급감했다.

대구과학고의 경우 지난해 92명의 2학년생 가운데 자퇴생은 13명으로 99년 56명에 비해 4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대구외고는 98년 고2 학생 180명 가운데 29명이 전학했으나 올해는 2명에 그쳤다.

이는 최상위권 대학들이 입시에서 내신 성적 비중을 점차 낮추는데다 수시모집 비중이 40%까지 확대되는 등 특목고 출신들의 불리함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 대구과학고 송인덕 교장은 "학생들 상당수가 2학년을 마치고 KAIST에 진학할 뿐만 아니라 상위권 대학들의 조기졸업자 전형도 늘어나는 등 대학입시에서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부분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3학년생 32명 가운데 6명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등 3학년생들의 입시 결과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고교 2학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7차 교육과정과 2005학년도 입시제도 역시 특목고생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인기 회복의 큰 요인. 교육과정이 선택·심화형으로 운영되는데다 수능시험이나 내신성적 반영도 총점이 아니라 소수 선택으로 바뀌기 때문에 외국어, 수학, 과학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특목고생들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 교육청 이병옥 중등장학관은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입시 제도가 바뀌게 되는 2005학년도가 되면 대학별 전형이 더욱 다양화해 특목고 학생들이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반계 고교보다 학생들의 자율이 보장되는 특목고의 면학 환경도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는데 기여하고 있다.

자퇴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과학고 2학년 최혜련(17)양은 "학교에서 수능 공부를 많이 하지 않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보통 교과 외에도 특기 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수업 분위기가 자유로워 다른 학교로 가면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학생 대표를 맡고 있는 외국어고 2학년 정호윤(18)군은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선·후배 사이도 끈끈하고 학생들이 직접 여는 행사가 많아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책임지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학교 분위기에 편승해 특목고 입시 경쟁률도 다시 올라가고 있다.

과학고의 경우 2000년 92명 정원에 138명이 지원해 1.4대1을 기록한데 반해 작년에는 192명이 지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외국어고도 한때 2대1을 밑돌 정도로 경쟁률이 떨어졌지만 작년에는 180명 모집에 400여명이 몰렸다.

특목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설 입시학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부터 외국어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이모(15)양은 "최상위권 대학에 많이 진학한다는 것보다 자유로운 특목고 수업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고 했다.

얼마 전 특목고 준비반을 개설한 한 입시 학원 관계자는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내신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쳐 준비반을 개설했다"며 "대학입시에서 내신 불이익이 줄고 수능비중이 더욱 커지면 특목고 인기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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