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의력교실-의견 무시말고 존중해줘야

사고의 유창성이 창의력의 핵심

창의적 사고의 핵심은 유창성에 있다.

사고가 유창하다는 것은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막히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발산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로,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을 말한다.

자녀들이 사고를 많이 발산하도록 하거나 생각을 유창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몇 가지 원리를 알고 가정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좋다.

우선 자녀에게 벽돌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있는대로 말해 보게 하자. 아이가 집 짓기, 학교 짓기, 아파트 짓기, 교회 짓기, 담장 만들기, 꽃밭 울타리 꾸미기 등으로 대답하였다면 이 학생은 주어진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6가지이고 따라서 유창성 지수는 6이다.

세 개를 생각하였다면 지수는 3이고, 열 개를 생각하였다면 지수는 10이 된다.

지수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가정에서 가족회의가 열렸다.

주말에 가족이 모처럼 여행을 하기로 하고 어디에 갔으면 좋을지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중학교 다니는 딸이 먼저 의견을 말했다.

"제주도에 갔다 오면 어때요? 너무 가보고 싶은데". 그러자 어머니가 나서서 반대한다.

"뭐, 제주도?, 거기는 시간도 부족하고 돈이 많이 들어 안돼". "서울 경복궁이랑 어린이 대공원에 가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말하자 "서울은 싫어. 우리 학교에서 곧 수학여행을 갈 건데". 이번에는 누나가 반대한다.

"동해안이 어때요? 하얀 파도와 갈매기가 너무 멋있잖아요?" 어머니가 의견을 제시하자 "바다는 여름휴가 때 가면 되잖아"하고 아버지가 일축한다.

"자, 가족 모두 의견을 들어보니 마땅한 곳이 없어 보이는데 고향 할아버지께 갔다 오기로 하자". 아버지가 의견이 아닌 결론을 내놓으시고 가족회의는 끝난다.

이 가족 회의는 하나마나한 회의이다.

각자의 의견은 서로에 의해 무시되거나 배척되고 있으며, 가장 권위자인 아버지의 생각대로 결론이 나 버린다.

유창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족 회의나 대화에서 누구라도 자기 의견을 자유분방하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의 의견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제시된 모든 의견을 기록하였다가 다시 의논하여 그 중 가장 적절한 아이디어를 선택해야 한다.

그 아이디어는 돈이 많이 들어 안되겠어, 시간이 너무 부족하잖아, 그 생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어린 아이가 뭘 안다고 등등의 말로 생각이나 의견 자체를 비판하고, 배척하고, 무시하고, 금지한다면 생각이 유창하게 나올 수 없으며, 아이들의 창의력은 물거품이 된다.

이동원(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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