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양생주(養生主)'에는 '포정해우'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포정해우'란 말 그대로 '포정'이라는 요리사(백정)가 소를 잡을 때 있었던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그 대강의 줄거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포정이 임금님인 문혜군을 위하여 소를 잡았다.
그가 어찌나 정교하게 잘 처리하는지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금님은 탄복하여 기술의 훌륭함을 칭찬하였다.
그러자 포정은 그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라고 하면서, 소의 몸통과 근육과 뼈의 구조 등 생김새와 이치를 알고 난 다음에는 하는 일에 무리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훌륭한 요리사는 일 년에 한 번씩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이며, 보통 요리사는 한 달마다 한 번씩 칼을 바꾸는데 뼈를 자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포정은 19년 동안 단 한 자루의 칼로써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칼날은 이제 막 갈아놓은 것처럼 예리하다고 하였다.
그는 소를 해체할 때, 본래의 모습에 따라서 적재적소에 알맞게 칼을 집어넣고 가져다 대었다.
이 과정에서 포정은 뼈는 물론이고 살이나 근육 하나라도 함부로 베거나 자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순리에 따라서 행하였기 때문에 하는 일은 힘이 들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도구를 손상시키지도 않았다.
그 솜씨는 지켜보는 이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무언가의 일을 하다가 안 되면, 남의 탓을 한다.
오죽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포정이 예로 삼은 '보통 요리사'처럼,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처리하고자 한다면, 살 뿐만 아니라 뼈까지 자르게 되고 마침내 칼날까지 망치게 된다.
그런데도 요리사는 제 잘못을 모르는 채 칼날의 무딤을 탓한다.
이 이야기는 일의 본질을 모르는 채 쓰고 있는 도구나 사회의 제 시스템, 나아가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 등 남을 탓하는 우리 사회의 세태를 놓고 볼 때,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장석호·한국선사미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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