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 달성 유통센터 경영 "공익외면 돈벌이 눈독"

오는 20일 개장되는 농협달성유통센터가 '직거래로 농수산물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공익적인 설립취지와 달리 고율의 수수료 책정 등 수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수익 비직영 영업=사업비 425억원을 투입해 농수산물유통센터를 건립한 달성군은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달성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최우선 수집.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지난해 농협과 위탁경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농협유통센터는 정육, 두부, 김치, 선식, 참기름, 특산품 등 '노른자위' 영업 이익이 예상되는 수백종의 물품의 경우 '특정 매입'(비직영) 체제로 운영한다며 매출액의 평균 20%를 수수료로 책정하는 등 상당수 외지 상인들과 사실상의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유통센터가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업자들과 수수료 '흥정'을 하는 바람에 지역 업체는 상당수 배제되고 외지 업체들이 비직영 영업권을 많이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사장은 "당초 농협 측은 수수료로 22%선을 제시했으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이윤을 남기려면 소비자에게 결국 비싼 값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자 17%선에서 계약을 체결해줬다"며 "일부 품목의 경우 수수료 25% 선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등 점포당 평균 수수료율이 20%를 넘는다"고 말했다.

역시 줄다리기 흥정 끝에 수수료 20%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한 업체는 "정상적인 가격으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농산물 값을 시중 가격보다 올려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대구 농협 하나로마트와 성서 매장의 평균 수수료는 15% 선이지만 농협달성유통센터는 수수료율이 5% 포인트나 더 높아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초 '직거래 영업만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온 농협달성유통센터 김병현 사장은 9일 높은 수수료 때문에 말썽이 빚어지자 "특정매입 수수료율은 4~17% 계약을 맺었다"면서도 구체적인 특정매입 규모와 계약 현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주먹구구식 납품 조건=농협달성유통센터는 달성지역에서 생산되는 수박.참외.딸기 등 특산 농산물의 경우 각 작목반이나 달성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납품된 농산물 대신, 연고를 통해 농협달성유통센터를 찾아오는 농민들과 개별적으로 납품계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생산 농가들은 들쭉날쭉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납품 농산물 품질면에 대해서도 객관성과 투명성을 갖지 못하게 됐다.

농업기술센터 신복희 소장은 "우리 기관이 품질을 보증하는 농산물을 판매하면 소비자 신뢰도 쌓이고 생산 농가도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데 농협달성유통센터가 협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납품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작목반도 농협 측의 폐쇄적인 직거래 농산물 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뒷북치는 달성군=농협달성유통센터는 비직영 운영을 추진하면서 건립 예산을 투입한 달성군청에 이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달성유통센터 측은 '판매 또는 상품관리에 특수한 경험과 기술이 요구되는 경우' 특정 매입(비직영)이 가능하도록 지난 2월 농림부 유통센터 운영규정이 개정되자 내부적으로 특정 매입을 추진했다.

당초 농협달성유통센터는 공식적으로 "우리가 매장 전체를 직영한다"고 주장했으며 지도감독권을 가진 달성군도 이 말을 믿고 유통센터의 입장을 대변했다.

담당 구영복 농축산경제과장은 "유통센터는 산지와 직거래를 통한 직영 체제로 법에도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 농가와 업체들이 특정 매입 진행 사실을 거론하며 불이익을 받았다고 호소하자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달성군은 지난 4일 개정된 운영규정을 입수했지만 이미 특정 매입 계약이 완료된 이후였다.

이와 관련해 달성군은 특정 매입을 규정한 유통센터 운영지침이 2월에 개정됐으나 대구시가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시로 떠넘겼다.

박경호 달성군수는 "농협달성유통센터 측이 지역 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개정된 특정 매입 관련 규정을 고의로 숨겼으며 농산물 납품 과정에서도 생산 농민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개장식에 참가하지 않기로 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군수는 또 "지도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특정 매입 현황과 납품 농산물 계약 과정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달성군과 농협은 연간 매출액의 1천분의 5를 군에 매년 이용료로 납부하는 조건으로 위.수탁관리 운영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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