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등신외교 발언으로 9일 정치권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청와대가 강력한 수준의 사과 요구와 함께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고 민주당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공식사과와 이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본회의에 불참, 대정부 질문이 중단되는 등 정국경색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10일 이 의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국회파행은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9일 청와대와 민주당이 사과요구를 할 때만 해도 "과민반응이고 그 자체가 망동"이라며 맞섰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태도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사과로 돌아선 것은 등신외교라는 발언 자체가 여권 뿐만 아니라 여론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회가 열리지 못할 경우 노 대통령의 방일외교 성과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무산돼 노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민주당=문희상 비서실장은 10일 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문제에 대해 "오늘 지나봐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한나라당의 사과가 없으면 없던 일로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유인태 수석도 이 의장을 "그 사람"이라고 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 방일외교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은 할 수 있으나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면서 "그 사람, 한일전(축구경기를 지칭)에서 어느 팀을 응원할지 의심스럽다. 사과는 사과답게 해야 한다. 어제 해명은 사과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해성 홍보수석은 "정상외교중인 대통령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이라면서 "강력한 수준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도 "어제 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이 사과문을 가져왔으나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망동을 중지하라는 내용이었다"면서 박 대표의 사과와 이 의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방일을 등신외교로 표현한데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의 사과요구에 대해 "자학적이고 감상적 대응이며 자가당착이고 제발등 찍기"라고 맞섰던 이 의장은 10일 의원총회에서 "어제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된 것은 유감"이라면서 "대통령의 외교성과에 대해 폄하하거나 모독하는 발언이 아니었으나 적절치 못하다고 받아들였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여권의 대응이 과민반응이며 말꼬리 잡기라는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박 대표는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박 대표는 "이 의장이 말한 것은 방일외교에 국민이 실망했다는 것, 아무런 외교적 성과가 없다는 의미로, 말을 잘 들어보면 대통령에게 '등신'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외교가 '등신'이었다는 것이다"면서 "이것을 트집잡아 공당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다. 더 이상 이 문제로 국회가 파행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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