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외교가 예상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북한 핵 등 현안문제를 논외로 하면, 득은 없고 실만 많았다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과거사 처리나 유사법제의 통과에서 적절한 대응을 못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우호관계의 순위를 일·중·미 순으로 꼽음으로써 우리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그것은 단순한 설화(舌禍)가 아니라 국민의식의 혼란, 국익 손실을 낳을 위험한 발언이었다.
이번 방일외교 실패는 노 대통령의 정립되지 않은 역사관, 국제사회에 대한 낭만적 시각, 다변(多辯)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사에 연연 않고 동북아의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전향적 자세는 평가할만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국제외교 현실에는 상대가 있고, 환경이 있는 법이다.
상대와 환경을 도외시한 이상주의는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을 부르게 된다.
일왕과의 만찬에서,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치 않은 것은 실수로 간주된다.
두 만남에서 유사(有事)법제 통과에 대한 구체성 있는 항의를 못한 것도 역시 실수였다.
일본이 과거사의 잘못된 고리를 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있어왔다면 노 대통령의 우회전술은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잘못된 역사인식을 시정하지 않고 있으며, 군국화는 그 연장선상의 우려사항이다.
노 대통령이 뒤늦게 유사법제에 대한 의혹과 불안의 시각을 제기했지만 그것은 버스 지난 뒤에 손을 흔드는 격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이렇다할 기여가 없고, 정서적·실체적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를 우호관계 1순위로 매긴 것은 기이한 발상이다.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사려부족일 수 있다.
대일외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앞으로 남은 대중·대러 외교에서는 이런 실수를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의 자질부족을 뼈에 새기고, 역사나 국제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으며, 괴상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슬프게 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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